‘BTS 자컨 창시자’ 방우정 대표, “팬과 함께 성장하는 보이그룹 키울 것”

방탄소년단 뷔는 "유튜브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다"며 자컨을 언급했다. 사진 tvN 유퀴즈

방탄소년단 뷔는 "유튜브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다"며 자컨을 언급했다. 사진 tvN 유퀴즈

 
“데뷔 초에는 정말 많은 콘텐트를 했어요. 유튜브에서 비하인드 영상 같은 것들을 아무도 하지 않을 때 다 건드려 봤거든요.”
2023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BTS(방탄소년단) 뷔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BTS 자컨’(자체 콘텐트)을 꼽았다. BTS는 방송국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었던 데뷔 초 유튜브에 자체 방송국 ‘방탄TV’를 만들어 브이로그·라디오·먹방·여행기·연습영상 등을 찍어 올렸고, 훗날 이 영상들은 글로벌 팬들의 ‘입덕 영상’(팬이 되는 계기)으로 입소문을 탔다. 힐링 여행 콘셉트로 만든 자컨 ‘인더숲’ 시리즈는 JTBC에서 방영, 레거시 미디어에도 진출했다.

방탄소년단의 대표 자컨 '달려라 방탄' 1회 영상. 사진 방탄TV

방탄소년단의 대표 자컨 '달려라 방탄' 1회 영상. 사진 방탄TV

 
방우정 레토피아 살롱 대표(43)는 ‘기획형 자체 제작 콘텐트’(자컨)의 틀을 만든 장본인이다. 2010년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입사하고 2AM 콘텐트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디자인 및 영상을 전공한 후, 예능PD의 꿈을 안고 음악예능 조연출을 했던 그는 과거의 경험을 살려 자컨 포맷을 완성했다.

방 대표의 자컨은 단순한 비하인드 영상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에 맞춰 시즌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보편적 재미보다는 아티스트의 사소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BTS가 매년 데뷔일마다 진행하는 ‘BTS 페스타’, 매주 하는 예능 ‘달려라 방탄’의 모든 콘텐트는 방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빅히트가 하이브로 몸집을 키운 이후엔 하이브 소속의 모든 아티스트 콘텐트를 총괄하는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리더를 맡아, 콘텐트로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

K팝 업계의 숨은 고수로 활약해 온 방 대표는 지난해 9월 약 15년간 몸담았던 하이브를 퇴사하고, 10월 11일 자신만의 새 회사인 레토피아 살롱을 설립했다. 전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VP(부사장) 김수린 CCO, 하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스튜디오 SP(시니어 프로페셔널) 출신 박준수 COO와 함께한다. 과거 2AM·BTS 업무를 함께 했던 노민미 캐스팅 디렉터와도 재회했다. 레토피아 살롱은 영상 프로덕션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함께 하는 회사로, ‘달려라 석진’(‘달려라 방탄’의 진 버전)의 외주 제작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1~2년 내에는 새로운 보이그룹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방우정 레토피아 살롱 대표는 현재 K팝 아이돌의 '자컨'(자체 콘텐트) 문법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2010년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에 입사해 15년간 '달려라 방탄' '인더숲' 'BTS 페스타' 등의 콘텐트를 만들었다. 사진 레토피아 살롱

방우정 레토피아 살롱 대표는 현재 K팝 아이돌의 '자컨'(자체 콘텐트) 문법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2010년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에 입사해 15년간 '달려라 방탄' '인더숲' 'BTS 페스타' 등의 콘텐트를 만들었다. 사진 레토피아 살롱

25일 서울 논현동 레토피아 살롱 사옥에서 만난 방 대표는 “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며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26일 개업식을 앞둔 사무실 한 켠에는 BTS 멤버들이 보낸 축하 화분이 자리해 있었다. 방 대표는 “멤버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하이브와 콘텐트 제작 업무 계약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일과 상관 없이 서로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응원을 건넸다. 그만 두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긴 했지만, “이전(빅히트 시절)만큼 일하는 재미가 덜하다. 내 것을 찾아서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는 방 대표의 퇴사 이유를 이해해줬다. 

방 대표는 방 의장과 성씨가 같아 팬들로부터 친인척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런 오해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본업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데뷔할 연습생 친구도 있고, 책임져야 할 회사가 있기 때문에 인터뷰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탄소년단이 데뷔일에 맞춰 매년 찍어 온 가족사진을 모아 '2024 페스타' 포스터를 만들었다. 방우정 대표는 ″자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카이빙″이라고 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이 데뷔일에 맞춰 매년 찍어 온 가족사진을 모아 '2024 페스타' 포스터를 만들었다. 방우정 대표는 ″자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카이빙″이라고 했다. 사진 빅히트 뮤직

사명 레토피아 살롱은 무슨 의미인가.
“빅히트에 입사한 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 하는 만큼 결과가 있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재미있었다. 회사와 아티스트가 한 곳을 향해 함께 달린다는 그 경험이 내겐 유토피아였다. 한 번 더 그런 유토피아를 경험하고 싶어서,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리얼라이즈+유토피아=레토피아)를 만드는 공간(살롱)’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애정을 쏟았던 회사를 나왔을 때의 기분은. 
“하루아침에 욱 하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한 건 아니다. 빅히트에서 느낀 성취감이 줄어들면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왔다. 감사하게도 나를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후배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약간의 소명의식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업계는 재미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나만의 재미를 찾아 퇴사를 했기에 설레는 마음이 컸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무일푼으로는 시작할 수 없는 업이기에 꼼꼼히 알아봤고, 아직 정리된 건 아니지만 좋은 투자자와의 만남이 진행 중이다.”
방우정 대표가 작명한 레토피아 살롱은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리얼라이즈 유토피아)를 만드는 공간이란 뜻이다. '오늘의 꿈이 내일의 현실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진 레토피아 살롱

방우정 대표가 작명한 레토피아 살롱은 현실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리얼라이즈 유토피아)를 만드는 공간이란 뜻이다. '오늘의 꿈이 내일의 현실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진 레토피아 살롱

 

재미있는 일은 뭔가. 
“관리와 책임을 오롯이 내 밑에 두고 하나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일을 즐긴다. 그래서 레토피아 살롱을 통해 영상 프로덕션도 하고 매니지먼트 업무도 하려고 한다. 내가 대외적으로는 콘텐트 전문가로만 알려졌지만, 빅히트가 작은 회사일 때는 엔터 업무 전반을 해야 했다.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 인맥을 동원하고자 한다.”
 

보이그룹부터 론칭하는 이유는.
“걸그룹을 하고 싶었지만 조금 더 자신이 있는 건 보이그룹이다. 보이그룹은 팬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큰데, 팬과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 자컨이 중요하다. 어떤 보이그룹이 탄생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데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콘텐트 전문가가 차린 엔터사는 무엇이 다를까.
“팬과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어렵지만, 재미있는 콘텐트가 무엇인지는 파악하기 쉽다. 우리는 그런 재미있는 콘텐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모인 회사다. K팝은 아주 작은 콘텐트들의 모임이라서 회사 브랜드도 K팝 팬들에겐 중요한 콘텐트가 된다. 회의 때마다 ‘우리끼리 재미있는 걸 해보자’라며 끝도 없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