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1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모습. 윤 대통령은 이날 임기단축개헌을 제안했다. 사진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 변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며 임기 단축 개헌을 피력했지만, 구체적인 잔여 임기와 개헌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구체적 일정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후 진술에서 시기까지 언급하는 건 탄핵 기각의 조건으로 개헌을 내세우는 일종의 거래처럼 비칠 수 있어서”였다는 설명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참모들에게 ‘87년 체제가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수차례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측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개헌은 최대한 조속히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87년 6공화국 헌법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선언 이후 공포 및 발효까지 걸린 시간이 4개월에 불과했다”는 게 여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야가 합의만 이뤄낸다면 연내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한 뒤, 윤 대통령이 조기 하야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뜻이다. 대통령실도 26일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1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한 개헌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까지 국민투표를 거쳐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마무리한 뒤, 2026년 6월 대선과 지방 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의 임기는 11개월 단축되는 셈이며, 대선·지방선거와 총선이 2년 간격으로 치러져,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선거가 주기적으로 열리게 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면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며 “다만, 대선 후보가 속한 당에 따라 지방 선거 후보를 검증 없이 찍는 편승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해서다. 인용된다면 당장 개헌 동력이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탄핵 뒤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 진압이 우선”이라며 현재 개헌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4년 합계출산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정책 브리핑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편 대통령실은 26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뒤 첫 정책 브리핑을 열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은 이날 오전 ‘2024년 합계 출산율 반등’ 브리핑에서 “수요에 기반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것이 출산 결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헌재에서 탄핵 기각을 전제로 브리핑을 마련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탄핵 심판은 진행 중이라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면서도 “브리핑을 하지 않는다고, (저출생 대책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