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지휘 펠로십 리허설. 신진 지휘자로 참여한 최재혁(왼쪽)과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함께 리허설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향
이날 연습한 곡은 헝가리 작곡가 벨라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마지막 악장을 지휘하던 중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연주를 멈추고 물었다. “여기서 뭘 고치고 싶지?” 최재혁은 “소리가 너무 부드럽다”고 했다. 츠베덴은 소리를 바꾸는 방법, 이를 위해 단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방식까지 세세히 일러줬다. “오케스트라가 당신을 지휘하게 놔두지 마라. 오른손을 확실히 들어 먼저 주도권을 잡으라”는 식의 기술 코칭도 이어졌다.
서울시향이 젊은 지휘자들을 키운다. 이날 공개된 장면은 서울시향 지휘 펠로십의 리허설 현장. 최재혁을 포함한 총 8명의 지휘자가 모여 츠베덴의 지도를 받았다. 이들이 나눠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보고 츠베덴에게 배우는 25~27일 사흘의 리허설 중 하루였다. 리허설을 마친 젊은 지휘자들 중 한 명은 28일 서울시향의 공연에서 지휘대에 오른다. 오케스트라 단원 투표를 통해 선발될 예정이다. 차세대 지휘자를 음악감독이 직접 양성하고 공연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은 서울시향이 국내 악단 최초로 시도했다.
이날 리허설 후 기자들과 만난 츠베덴은 “새로운 세대의 지휘자를 가르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음악가의 의무”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휘자는 혼자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젊은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맛을 보고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는 2016년부터 여름마다 스위스에서 그슈타트메뉴힌 페스티벌의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휘자에게 악기는 오케스트라다. 따라서 연주 경험을 얻기가 쉽지 않고, 이 같은 프로그램이 지휘자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다. 서울시향의 지휘 펠로십에는 총 59명이 지원해 8명이 선발됐다. 츠베덴은 “특별히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했다.
츠베덴은 이번에 젊은 지휘자들에게 3가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고 전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에는 왜 멈췄는지 설명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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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26일 지휘 펠로십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음악가의 의무"라고 했다. 연합뉴스
츠베덴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으로,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연주하다 지휘로 전향했다. 그는 “나도 처음 지휘를 시작할 때 바이올린이 아닌 다른 모든 악기를 세세히 공부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지휘자들의 태도와 관점에 대해서도 조언을 덧붙였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페라리를 빠르게 운전하면 주변 상황을 볼 수 없다. 경력에 연연해서도 안 된다.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경력이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 디테일의 지휘자로 잘 알려졌지만, 결국 강조하는 것은 음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다. “무엇보다 지휘의 기쁨을 늘 간직해야 한다. 나는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연주가 끝나고 내 방에 오면 그 악보를 한 시간 더 들여다본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펠로십에 참가한 최재혁 지휘자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아이가 손흥민 선수에게 배운 기분"이라 했고 김리라(33, 전 네덜란드 라디오필 부지휘자) 지휘자는 “기술적인 것 뿐 아니라 상상력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지휘자 김준영(31, 하이델베르크 시립극장 제2카펠마이스터), 김효은(31, 프랑크푸르트 극장 객원 지휘자), 박근태(34, 베를린 노이에필 수석 지휘자), 신주연(25, 런던필 펠로지휘자), 해리스 한(25, 피에르몽퇴 페스티벌 부지휘자)이 이번 펠로십에 참가했다.
이들 중 한 명은 2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펠로십 콘서트를 지휘한다.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비롯해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후 서울시향 부지휘자 선임의 후보군에도 포함된다. 츠베덴은 “나는 가르칠 뿐이고 투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누가 선발될지 매우 궁금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