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예술단체 통합’ 에 문화계 반발…“공론화 없이 졸속 추진”

정부의 5개 국립예술단체(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 이사회 통합 및 통합 사무처 추진에 대한 예술계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 단체의 특성을 무시한 통합이 단체의 자율성을 축소할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화계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속도전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관람에 앞서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문체부는 국립현대무용단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이사회 통합 및 통합 사무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공연 관람에 앞서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문체부는 국립현대무용단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이사회 통합 및 통합 사무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26일 논평을 내고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 추진하는 ‘국립예술단체 통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성급한 통합 추진은 개별 장르의 고유한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각 단체는 장르별 특성에 맞는 예산 집행과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통합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은 ‘공통 행정업무 수행’이라는 개념을 넘어 각자의 예술적 자율성 축소와 창작의 제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각 장르의 필요와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된 협업은 되려 각각의 예술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통합 대상으로 지목된 국립예술단체들도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현재 단장이 공석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제외한 4개 국립예술단체는 단장 명의로 통합 반대 공동 입장문을 지난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지만, 개별 단체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충분한 소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단체마다 예산 등의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라며 “통합을 위해선 각 단체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예술단의 특성은 배제한 채 통합 속도만 내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통합 반대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안무가 겸 무용수 오현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단체들의 독립성과 창작 환경을 심각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통합 반대 서명 운동에 나섰다. 자신을 ‘순수무용을 소비하는 관객’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도 소셜 플랫폼 스레드에 “통폐합이라는 명분 하에 하나의 예술관람 통로가 사라진다면 자유롭게 예술을 선택해 향유할 권리를 잃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19일 “5개 국립예술단체가 장르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최고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행정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내 이사회 통합 및 통합 사무처 신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국립예술단체들이 각각 장르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최고의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행정 역량을 갖추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사회가 통합되더라도 각 단체의 명칭과 정체성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야당 일각에서도 ‘졸속 통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통합 관련 문제를 다룬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