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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오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5% 하락한 배럴당 68.9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70달러 선이 깨진 데다 지난해 12월 10일(68.59 달러) 이후 가장 낮다. 그동안 ‘나 홀로 호황’을 누린 미국 경기가 둔화해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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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특히 소득ㆍ노동시장에 대한 단기 전망을 담은 기대지수는 72.9로 전달보다 9.3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80선을 밑돌았다.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의 스테퍼니 기샤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기대치가 오른 건) 계란과 같은 주요 필수품 가격의 급등과 관세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며 “특히 (설문 조사에서) 무역과 관세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CB에 따르면 1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지금보다 물가가 얼마나 뛸지 소비자가 예측한 수치)는 지난달 5.2%에서 이달 6%로 뛰었다. 미국 물가는 이미 들썩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대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스태그플레이션)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금융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반응하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와 주식가격은 동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5일(현지시간) 한때 연 4.287%까지 급락(국채가격은 상승)했다. 10년물 금리가 연 4.2% 선까지 내려간 건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경기 위축 우려에 나스닥 지수가 1.35% 하락하는 등 미국 3대 주가지수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취임으로 질주하던 ‘수퍼달러(달러 강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유로ㆍ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5일 106.31로 주저앉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20일(109.35)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8% 하락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먼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미국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 단기적으로 강달러가 진정돼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은 줄지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원화 환율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값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보다 2.7원 내린(환율은 상승) 1433.1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