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28일 회담…美 원하는 광물협정 체결할 듯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과 양국 경제협력 문제 등을 논의한다. 이른바 ‘광물 협정’으로 불리는 핵심 광물 공동 투자·개발 협정에 양 정상이 서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일 이곳에 도착할 것이고 우리는 광물과 희토류,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의 주요 파트너가 되는 역사적인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며 “2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3월 1일 오전 1시) 아주 좋은 만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광물 협정과 관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지속 가능한 미래 관계의 토대를 제공할 것이며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재건에 도움이 될 장기적 번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광물로 보상 챙기려는 트럼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두 정상 간 첫 대면 회동이지만, 둘이 바라보는 시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진행 중인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의 대승적 동의를 압박하는 한편 그간의 군사물자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 광물 개발권 확보 등 경제적 ‘보상’을 챙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미국이 쏟아 부은 3000억~3500억 달러(약 483조~511조원)의 돈을 이제 상환 받게 될 것”이라며 “거대한 경제개발 프로젝트와 같아서 우크라이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나라 모두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원 안보 차원에서다. 희귀 광물은 반도체 제조, 첨단 기술, 방위산업 등 현대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데, 현재 미국은 필수 광물 50개 중 41개를 51~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중 29가지는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티타늄·리튬 등 다양한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으로 중요 광물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난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등 광물 협정 사전 협상을 주도해 온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협정을 ‘경제 프레임워크 협정’(Economic Framework Agreement)이라고 지칭하며 “전략 광물, 석유 및 천연가스, 인프라 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 내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우크라 실질적 안보 조치 미흡 가능성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전보장 조치와 관련해선 “(미국은)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장을 얻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의 대전제로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반환 등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조치가 포함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번 광물 협정과 관련해 “우리가 그곳에 있다면 아무도 장난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안보의) 안전장치“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광물 개발에 미국이 들어가는 것 자체로 안정보장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트럼프 “내가 젤렌스키 독재자라 했나?”

지난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리켜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회견에서는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내가 그렇게 말했던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못 믿겠다”고 답했다. 하루 뒤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기보다 ‘정상외교 모드’를 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과 미·영 무역 현안이 논의됐다. 종전이라는 최종 목표에는 두 정상의 뜻이 일치했지만 종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조치 등을 놓고는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종전 방안을 두고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과 비슷한 장면이 재연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타머 “침략자에 보상 주는 평화 안돼”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종전을 위한 노력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상당히 달성 가능한 휴전”이라고 말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가 이를 어길 가능성에 대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평화협정에 이를 수 있는 이 엄청난 기회를 우리는 제대로 살려야 한다”며 “침략자에게 보상하거나 이란과 같은 정권에 용기를 주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더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우크라이나에) 힘을 뒷받침하고 강인하고 공정한 평화에 이르기 위한 (종전) 계획”에 방점을 찍었다. 또 “영국은 협정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땅에 육군을 보내고 하늘에 비행기를 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전후 우크라이나에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구상에 참여할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두 정상은 양국 간 무역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모두에 좋은 무역협정을 맺게 될 것이다. 우리는 관세가 불필요한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 요청 서한을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방문할 것”이라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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