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의문이 드는 건 최근 중도보수 노선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모습과 박 원내대표의 국정협의체 불참 결정이 상충된 까닭이다. 국정협의체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연금개혁, 반도체특별법안 등 민생 현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었고, 이 대표가 민생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었다.
2일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의 독단적 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회의 개최 25분 전 돌연 불참을 통보한 데에는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차원의 사전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오전 회의 종료 후에도 이 대표와 쭉 같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박 원내대표의 불참 결정을 이 대표가 별말 없이 넘어가 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도 “국정협의체 무산 당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원내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전 내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는지 기다려보겠다. 임명하지 않으면 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 앞에서 한 발언이기에 박 원내대표가 혼자 결정한 걸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공식적인 보고나 사후 승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마 후보자 임명 지연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당 차원의 공감대 속에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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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박 원내대표가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 내란 특검법 추진 때도 여당과의 협상을 거부하다 제3자 추천 방식의 수정안을 뒤늦게 수용한 것도 비슷한 사례란 평가가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도 원내대표가 한 발 먼저 강하게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굿캅(좋은 경찰)’에 집중하도록 역할 분담을 자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에선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의 강경한 태도와 발언이 이 대표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민생과 직결된 반도체·추경·연금 협상을 걷어찬 것은 누가 뭐래도 악수(惡手)”라며 “협상하다 깨지더라도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모습이 중도층에게 끝까지 불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박 원내대표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한다”며 “메시지나 결정은 원내에 일임하더라도 참석은 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한국에 엔비디아 생겨 30% 국민 모두 나누면 세금 안 걷어도 돼”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주목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2일 공개된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라는 주제의 당내 유튜브 영상에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 밀도가 가장 높은데, 우크라이나 전쟁도 보면 거의 드론전쟁이지 않나”라며 “젊은 청년들이 왜 군대에 가서 막사에 앉아 세월을 보내야 하나. 저게 과연 진정한 국방력이고 전투력일까”라고 말했다. “이제 드론, 로봇, 무인, 이런 걸로 갈 거고 이제는 국방을 ‘인공지능(AI)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또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인류 역사는 생산성 향상의 역사다. 생산성 향상 결과를 공동체가 일부나마 만약 가지고 있었다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