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움직이며 경험치 쌓았다” 라포엠 카운터테너 최성훈

최성훈은 이번 'Movement'를 통해 솔리스트로서 자신만의 색깔과 전문성을 확실히 보여줄 계획이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최성훈은 이번 'Movement'를 통해 솔리스트로서 자신만의 색깔과 전문성을 확실히 보여줄 계획이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경험치를 쌓았습니다. 제가 도전하면 할수록 다른 세상이 펼쳐졌고, 자유롭다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마치 더 큰 바다를 향해 유영하는 것처럼요.”

그룹 라포엠 멤버 최성훈(36)에게 솔로 콘서트 포스터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무브먼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수중에서 우아한 포즈를 취했다. 2023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솔로 콘서트를 여는 최성훈을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성훈은 가성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 카운터테너다. 클래식계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경북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파리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센터 수료, 제네바 국립고등음악원 석사를 마쳤다. 2020년 JTBC ‘팬텀싱어3’에 도전하고 라포엠으로 우승을 거머쥔 후, 크로스오버 장르로 확장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5 카운터테너 최성훈 콘서트 'Movement'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2025 카운터테너 최성훈 콘서트 'Movement'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지난해 라포엠으로 첫 미국 투어를 가졌고, 지난 2일엔 KBS2 ‘불후의 명곡-삼일절 특집’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취미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해당 포스터는 최성훈이 평영 발차기를 배울 무렵 촬영했다. 

그는 “어디서 들은 말인데,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인생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더라. 이 말에 공감한다. 라포엠을 만난 후 내 음악 인생은 새롭게 확장됐다”면서 “이번 콘서트에서 정통 클래식으로 시작해 크로스오버의 길로 들어선 나의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만에 혼자 공연하는 소감은.
“라포엠으로 공연할 때는 의지하고 기댈 곳이 있어서 심적으로 안정이 됐는데, 혼자인 지금은 책임감이 크다. 인터뷰 바로 전날 멤버들이랑 서울 버스투어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고민도 나눴다. 서로 좋은 노래를 추천해주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도움받고 있다.“
 

어떤 공연을 준비 중인가.
“클래식으로 시작해 가곡, 샹송까지 부른다. 내가 걸어온 음악의 길을 따라 점점 확장하는 구성이다. 무대마다 악기가 추가되면서 나중엔 풀 오케스트라가 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추가했다.”
최성훈은 2020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의 우승팀 라포엠으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최성훈은 2020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의 우승팀 라포엠으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장르가 달라지면 창법이나 발성도 달라지나.
“곡이 가진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으나, 내 목소리라는 것은 변함없다. ‘같은 클래식이라도 카운터테너 최성훈이 부르면 다르구나’, ‘이건 최성훈 목소리인데?’하면서 딱 알아봐주셨으면 한다.”
 

유학시절 생각도 났는지.
“지난해 멤버들과 파리에서 공연을 하고, 쉬는 시간이 생겨 관광을 했다. 후줄근한 옷차림의 유학생으로 다녔던 거리를 멋진 코트를 입고 걸어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멤버들에겐 식사를 대접했다. 지금 주어진 것들이 참 감사하다고 새삼 생각했고, 음악적으로 더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지금이 행복하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어렸을 땐 노래에 푹 빠져 살았다. 한예종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예술 속에서 살고 싶어서였다. 서초동 캠퍼스에 다니면서 예술의 전당을 매일 보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파리로 유학을 간 후엔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불어가 서툰 1년 차엔 녹음기를 내내 켜두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말을 반복해 듣고 체크했다. 예술은 외로운 것이라 여기며 제네바에서 공부를 하던 중 ‘팬텀싱어’를 알게 됐다. 여러 장르를 접한다는 것이 좋았고, 음악을 누군가와 나누고 공감할 수 있어 기뻤다.”
최성훈은 "수중 촬영을 잘하기 위해 매일 세수할 때마다 물에서 눈뜨기 연습을 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최성훈은 "수중 촬영을 잘하기 위해 매일 세수할 때마다 물에서 눈뜨기 연습을 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노래를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관객이 필요로 하는 감정을 노래로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음압으로 관객을 압도할 수도 있고,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마음에 내 노래가 닿는다는 건 가수로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라포엠이 지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나중에 강단에 설 생각도 있나.
“대학 때 레슨을 해본 적이 있는데 쉽지 않았다. 아직은 내 배움이 부족한 것 같아서 나를 채우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직은 그룹과 개인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라포엠을 만난 후, 믿을 수 있는 내 편이 생겼고 이들과 함께 거리낌없이 도전할 수 있어서 좋다. 올해 정말 다양한 것들을 준비 중이니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