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 당시 선관위가 확진·격리자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소쿠리에 모아놓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 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 당시 선거 관리 책임자였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 A씨(1급)에 대해 선관위가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고, 관련 여론이 잠잠해진 뒤 A씨를 연고지인 충북선관위 상임위원(1급)으로 발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A씨는 충북선관위가 위치한 청주 인근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고 한다.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은 대국민사과 뒤 사퇴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선관위는 제 식구에 대해선 1급 자리 보전은 물론 고향까지 배려한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특정인의 이익 보전을 위해 부당하게 인사가 운영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A씨는 올해 충북 선관위에서 정년 퇴임할 예정이다.
2022년 4월 18일 노정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아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 사의를 표명하고 사과를 했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3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벌어진 뒤 선거정책실장으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를 총괄 관리하던 A씨는 그해 7월 경기선관위 상임위원으로 발령났다. A씨 거주지가 강원도 원주인 점을 고려해 비연고지로 발령한 문책성 인사조치였다는 것이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선관위는 이후 소쿠리투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자체 감사 뒤 그해 12월 1일 A씨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선관위는 이후 2023년 7월 A씨를 그의 연고지가 위치한 충북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재지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징계 처분을 하면서 비연고지로 발령하기로 해놓고, 이후 연고지로 다시 발령해준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혜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선관위에 특정 자리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청주도 대학 입학 뒤 떠난 지 오래”라고 해명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오후 제주시 우도면 사전투표함과 관외 우편투표용지가 사전투표보관실이 아닌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방에 보관돼 있던 모습. 연합뉴스
A씨가 맡은 선관위 상임위원은 감사원이 선관위의 나눠먹기식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한 자리다. 선관위는 교수나 법조인 등 외부인사도 임명될 수 있는 상임위원에 대해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라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선관위 인사로만 상임위원을 채울 수 있게 만들었다. 법령을 위반하고 임기를 줄이거나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를 받아 최대한 많은 선관위 직원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끔 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절도나 상해, 사기 도박 등 범죄 사건을 일으킨 직원에 대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구두 주의나 경고로 끝낸 사례도 즐비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