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관세 압박 풀 '대응카드' 되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가 미국의 관세 압박을 풀어갈 대응 카드로 떠올랐다. 한국은 알래스카 가스 개발을 포함해 ▶에너지 ▶조선 ▶관세 ▶비관세 등 5개 분야에서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단과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미국 입장에선 굉장히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이라며 "에너지 수입이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부터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배관을 통해 LNG를 나른 뒤 액화·운송하는 게 골자다. 당초 엑손모빌 등 글로벌 자원개발 회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이 시작됐지만, 개발의 어려움과 사업성 문제로 진척이 멈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프로젝트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은 LNG 수입이 많은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장기 구매를 전제로 개발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달 방미 기간 중 참여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 기업의 참여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데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알래스카 남부 터미널에서 한국까지 소요되는 이동 기간은 7일 정도다. 반면 현재 중동산 LNG를 한국으로 끓여 들어오는 데는 30일 정도가 걸린다.

일각에서는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약 450억 달러(약 64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서다. 안 장관은 "앞으로 실무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검토 후 입장을 내겠다"면서도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면 안보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안 장관은 또 "지난달 26~28일 미국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협의체를 가동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논의 때는 대화 채널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여러처가 다 들어온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산업부 주도 하에 외교부·국방부 등 범부처가 참여하고, 미국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뿐만 아니라 재무부·상무부 등이 협의체에 들어온다. 빠르면 통상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이번 주부터 대면 협의를 진행한다.

이번 방미에서 안 장관은 한국이 중국의 우회수출 통로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장관은 "2023년엔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큰 무역적자를 봤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행정부 측이 놀라워했다"며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중국이 한국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던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