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배회하다 범행"…서천 '묻지마 살인사건', 경찰 영장 신청

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는 범행 장소를 배회하다 운동하러 나온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서천경찰서는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살해한 혐읠(살인)로 4일 30대 남성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서천경찰서는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살해한 혐읠(살인)로 4일 30대 남성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서천경찰서는 사건 피의자 A씨(30대 중반 남성)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오후 9시 45분쯤 서천군 서천읍 사곡리의 도로변 인도에서 B씨(40대 여성)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평소 안면이 없던 사이로 A씨는 도로를 배회하다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B씨를 뒤따라간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사기로 금전적 피해 입어" 주장 

조사 결과 B씨는 2일 오후 9시 30분쯤 “운동을 하러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B씨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은 같은 날 오후 11시 56분쯤 경찰에 “(딸이 집에 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평소 운동하던 장소를 중심으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하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동선 주변에는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도로변 상점 등의 CCTV 영상을 분석, 오후 9시 45분쯤 B씨가 왕복 4차로 주변의 인도를 지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주변 상가의 영상을 통해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뒤 그를 살인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범행이 이뤄진 곳은 피의자 A씨 집에서 도보로 20분(1.5㎞), 숨진 B씨 집에서는 15분(1㎞)가량 떨어진 곳이다. 왕복 4차로 옆 인도로 평소에는 운동하는 주민이 많았지만 사건 당일에는 비가 내려 인적이 드물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장소 주변에서 1시간 정도 배회하다 B씨를 발견하고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집을 나간 지 6시간 만인 3일 오전 3시4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일 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가 군민안전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서천군이 약관 변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 서천군]

지난 3일 충남 서천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가 군민안전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서천군이 약관 변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 서천군]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사기를 당해 금전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는지 여부와 피해 규모 등을 조사 중이다.


서천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A씨는 3년 전부터 서천군 산하기관 등에서 행정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업무 수행 과정에서는 일반인과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실제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지만, 수사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등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 "상상도 못했다" "다툼도 없었는데" 놀라

사건 소식을 접한 서천군과 관계 기관 직원들은 “다른 사람과 다툼도 없었다”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원한 서천군 공무원은 “다른 장애인을 돕는 업무를 하는 데 성실하게 일했고 그동안 문제도 일으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절차 때문에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만큼 사전에 계획한 범죄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피해를 당한 B씨는 서천군이 가압한 ‘군민안전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서천군이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재난과 교통사고 등의 피해를 당한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묻지마 살인’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천군은 보험 약관을 변경, 모든 피해를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