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아들 신고후 넉 달만 검거…간이마약검사 음성 나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1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경찰 폭행사건, 대통령 권한 대행 지시 불응 사태 등과 관련한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1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경찰 폭행사건, 대통령 권한 대행 지시 불응 사태 등과 관련한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아들 이모(30대)씨의 대마 수수 미수 혐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12 신고를 접수한 지 4개월 뒤에 이씨를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검거 당시 이 의원 아들이란 사실을 몰랐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된 뒤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4일 오전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신고를 접수한 건 지난해 10월 29일이고, 올해 1월 3일 신원을 특정했다”며 “이씨를 검거한 것은 지난달 25일”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약 두 달, 이후 검거까지 또 50여일이 걸린 셈이다.

이씨 신원을 특정한 뒤 ‘왜 곧바로 불러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일반 마약 사건도 바로 검거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강 수사 및 공범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며 “통신 수사도 같이 했기에 분석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곧장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아울러 경찰은 이씨가 이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검거 다음날 언론 취재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된 뒤 이씨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물어봤다는 취지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언론 취재가 들어오고 난 다음 가족 관계를 확인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검거 당일인 지난달 25일 경찰 안팎에 ‘이 의원 아들이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설명이다.

결국 대마 수수 시도 이후 넉 달 만에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소변 및 모발을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모발 검사는 머리 길이에 따라 3∼6개월, 소변은 일주일 이내의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머리를 짧게 밀면 1개월 이내이지만, 이씨는 머리를 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액상 대마는 일주일만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간이시약 검사뿐만 아니라 국과수 검사에서도 검출이 안된다”며 “이를 아는경찰이 인적사항을 특정하고도 체포까지 한달이 걸렸다는 것은 시간 벌어주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혐의는 수수 미수지만 과거 전력 등을 봤을 때 실제 투약했는지도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검거와 체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점은 통상적인 수사 절차와는 달라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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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건물 화단에서 액상 대마(5g 상당)를 확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시 현장을 떠난 이씨에 대해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특정했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5일 검거했다.

이씨는 과거에도 대마 흡입 혐의로 적발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처분이라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와 함께 2명을 입건했고, 1명은 추가 수사 중이다.

이 의원은 경찰청 정보국장, 경기경찰청장 등 경찰 조직 ‘넘버 2’인 치안정감 출신이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해외 출장에서 귀국하며 연합뉴스에 “자식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심히 송구스럽다”면서도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경찰에 연락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받은 것은 없으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