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거대 언어 모델(LLM)은 물론 자율주행·영상 인식·로보틱스 분야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가 핵심적인 도구로 부상했고,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배경에는 빅데이터가 있습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 높은 예측력과 성능을 확보할 수 있죠.
요즘 시대가 ‘데이터가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불리지만, 막상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로 의료나 금융과 같은 민감 분야 데이터는 외부와의 공유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라벨링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것도 한계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가 등장했습니다.
합성 데이터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관측하고 측정한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알고리즘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데이터를 말합니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대규모 언어 모델(LLM)·물리 엔진이나 게임 엔진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실제 데이터와 유사한 통계적 특성과 다양성을 가진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고객 거래 정보를 합성하는 경우 실제와 전혀 다른 허구 데이터를 설계하지만, 집단 전체 패턴이나 분포는 실제와 비슷하게 재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성 데이터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낮고, 다양한 규제 장벽을 우회해 분석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I,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활용 사례. Noria Corp
합성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제 데이터에 앞서 초기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입니다. 특히 합성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로 전환되는 학습 과정에서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대규모 이미지나 텍스트 데이터를 모으고 라벨을 달려면 보통 인력이 많이 들지만, 합성 데이터는 생성 과정에서 이미 정보 구조나 라벨이 함께 부여되도록 설계할 수 있어 바로 학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크게 높임과 동시에 비용을 절약하고, 궁극적으로 더 정확한 결과를 낼 가능성을 높입니다.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에서 합성 데이터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제공해주므로 AI가 훨씬 폭넓게 학습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는 합성 데이터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30년 무렵이면 AI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규칙·통계 모델·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생성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설문조사부터 자율주행까지...합성 데이터의 가능성
합성 데이터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업들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특수 환경이나 돌발 사건을 시뮬레이터 안에서 자유롭게 만들어 냄으로써 자율주행차의 대응 능력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가상 도로 환경을 배경으로 날씨·조도·교통량·보행자 행동 패턴 등을 다양하게 합성해 수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AI 모델을 한층 더 견고하게 훈련하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나타납니다. 연구자가 논문 작성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 전통적으로는 주변 인력이나 외부 패널을 모집해 데이터를 모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가상의 응답자를 생성한 뒤 설문을 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응답 결과가 실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접근법은 설문 대상 모집 비용이나 시간 소모를 크게 줄여주고, 원하는 인구 통계나 조건을 조절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질병 진단 AI를 개발하기 위해 환자 데이터를 합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합성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탐지 모델을 훈련합니다. 제조·물류 분야에서는 공장 라인이나 물류 창고를 가상화해 로봇이 부딪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이처럼 합성 데이터는 실제로 얻기 어렵거나 위험한 현장을 가상화해 모델 학습에 적용함으로써, 데이터 부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합성 데이터는 많은 장점을 가졌지만, 동시에 생성 과정과 활용에서 주의해야 할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먼저,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반 모델이 현실 세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데이터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왜곡된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은 실제 환경에서 엉뚱하거나 편향된 예측을 할 수 있으므로 합성 프로세스와 최종 산출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또한 합성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지 평가하려면 현실 데이터를 일정 부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 역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며, 특히 의료나 금융처럼 규제가 엄격한 분야에서는 합성 데이터가 실제 환경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21세기의 석유’라 불리는 데이터가 점차 고갈되고 제약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합성 데이터는 마치 인공 정제 기술처럼 필요한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로 재생산해낼 수 있는 혁신적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줄어드는 동시에, 비용과 시간도 절감하며, AI 모델이 배우기 어려운 극단적 사례까지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합성 데이터의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합성 데이터 한계점인 편향이나 부정확성을 줄여야 합니다. 데이터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이어진다면 디지털 트윈·자율주행·교육·헬스케어·금융·로보틱스 등 수많은 분야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것입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연구자라면, 합성 데이터가 제공하는 이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