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엔비디아’ 갑론을박…안철수 “약탈경제”vs이재명 “무지몽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이 나흘째 정치권의 땔감으로 되고 있다. 창업가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엔비디아 발언은) 바보가 바보스러운 상상을 한 것”이라고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김성룡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김성룡 기자.

지난 2일 이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기고 30%가 국민 지분이라면 세금에 그렇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데 이어, 4일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가 공동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 의원은 “지분을 나누자는 말은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 3조 달러의 3분의 1로 계산하면 기업 지분 가치 1450조 원을 나누자는 말인데, 이 액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연금 전체 규모보다 많다”며 “엔비디아가 우리나라 공기업이라 해도 국가 재산 1450조 원을 전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국가 재정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기업도 상장 전에는 벤처캐피탈로 투자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고, 상장하면 시세를 보면서 원하는 사람이 매수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며 “사기업의 주식을 국가가 강제로 빼앗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하에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따라서 어떤 기업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이 대표의 발상 근거부터가 무지하다. 국민이 공포스러워하는 이재명식 약탈경제”라며 “반도체 국가지원, AI 추경이나 확실하게 하자”라고 덧붙였다.

같은당 최형두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예외 적용)도 해주지 않으면서 무슨 엔비디아를 키우겠냐”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최 의원은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이야기인데 아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상상하고 벌써 그 거위를 키울 생각보다는 거위 배를 가를 생각부터 하는 것 아니겠냐”며 “이재명 대표나 이재명의 민주당식의 정책으로는 이런 엔비디아 같은 걸 키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 유튜브 모도의토론Q에서 던진 AI 산업 육성 구상이 정치권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 유튜브 모도의토론Q에서 던진 AI 산업 육성 구상이 정치권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이런 무지몽매한 생각으로 어떻게 국정을 담당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대표는 “여당이 AI(인공지능) 정책에 대해 이상한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한 말씀드려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미래 첨단산업 분야는 과거와는 달리 엄청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GPU(그래픽 저장장치) 10만 장만 확보하려고 해도 5조원 정도가 든다”며 “이런 대규모 투자를 민간 기업이 감당할 수 없어 국제 경쟁에서 문제가 되면 국부펀드, 아니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국민펀드 등의 형태로 온 국민이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여당은) 사회주의, 공산당 운운하던데 이런 수준의 지식수준과 경제 인식으로는 험난한 첨단산업 시대의 파고를 넘어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TSMC도 정부 투자 지분이 초기에 48%였다고 한다”며 “그런데 대한민국만 첨단산업 분야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