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연단에 게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주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지속될 경우 미국으로 공급하는 전기에 25% 할증료를 부과하거나 공급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으며, 약 6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는 뉴욕, 미시간, 미네소타 등 3개 주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온타리오는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주 정부다.
포드 주총리는 이에 더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체결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타리오주는 외딴 농촌 지역 등에 인터넷을 공급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1억 캐나다달러(약 1009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온타리오주의 조달 계약과 고속도로, 터널, 병원 등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에서 미국 기업들의 입찰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주요 광물의 대미 수출 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드 주총리는 "우리는 캐나다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성공적이며 안전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은 그 대신 혼돈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 수위를 높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 기업들은 이제 수백억 달러의 수입을 잃을 것이며, 그들이 비난할 대상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캐나다 주총리들에게도 온타리오와 함께 보복 조치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온타리오주 주류 통제위원회(LCBO)는 미국산 주류의 구매 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LCBO는 연 매출이 10억 캐나다달러(약 1조98억 원)에 달하는 주정부 운영 공기업으로, 미국 35개 주에서 약 3600개 제품을 수입해 유통해왔다.
또한 노바스코샤주도 미국 기업의 주정부 계약 입찰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캐나다 연방정부의 대응과 동시에 발표됐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즉각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지속될 경우 21일 후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 지난 1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는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이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와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라'는 메뉴 명칭을 '캐나디아노'로 바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기 구매가 전년에 비해 두 배 많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