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0명에게 식욕억제제 2.4만개 처방…이런 병원 188곳 걸렸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료용 마약류인 펜타닐 관련 제품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료용 마약류인 펜타닐 관련 제품이 놓여져 있다. 뉴스1

A 의사는 열달 동안 환자 10명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인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펜터민'을 2만3675개를 처방했다. 하지만 환자의 비만도를 알 수 있는 BMI(체질량지수) 등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약 특성상 BMI 30 이상 환자에게 처방이 이뤄져야 하는 걸 감안하면 '과잉 처방'이 장기간 이어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의료기관(의사) 등 188곳의 마약류 관리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부적절한 의료용 마약류 취급이 의심되는 433곳을 점검한 결과다. 법 위반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188곳 중 97곳은 수사 의뢰했다. 111곳에 대해선 지자체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특히 수사 의뢰까지 간 곳들은 의료용 마약의 오남용 문제(96%)가 대부분이었다. 통상적으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한 과다·셀프 처방 등 목적 외 사용이 두드러졌다.

B 치과의사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 마취제를 환자 5명에게 다량 투약했다. 투약된 양은 5개월에 걸쳐 32회, 1560㎖(130개)에 달한다. 한 명당 월 2회 이상 투약된 것이다. C 의사는 1년 반 동안 최면진정제인 트리아졸람을 본인에게 셀프·과다 처방했다. 24번에 나눠 처방받은 약이 2490정이다.

약품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마약을 취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D 의원에선 의사가 아닌 직원이 처방전을 위조해 근무기간뿐 아니라 퇴사 후에도 꾸준히 식욕억제제를 처방·사용했다.


적발 기관을 종류 별로 나누면 의원이 75%로 가장 많았고, 동물병원(17%), 병원·약국(각 4%)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의원급의 마약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적발 기관 4곳 중 1곳(27%)은 서울에 있었다. 특히 서울 내에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많았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계속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약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달 7일부터 의사가 프로포폴을 셀프처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올해 마약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을 점검하고, 환자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처방 정보, 명의도용 여부 등도 분석해 위법 행위를 걸러내기로 했다.

강백원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없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정보를 철저히 분석해서 관리하겠다.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예방·치료·재활·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