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시점과 겹친다. 명씨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 자기 구명을 위해 대통령 부부를 압박할 물증을 사전에 모아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명태균 황금폰과 로봇 모양 USB'. 사진 박범계 국회의원 페이스북 캡처
尹 부부 텔레·카톡 수백개 담긴 ‘명태균 USB’
메시지 파일은 2021년 6월~2023년 4월 대선을 전후해 주고받은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다. ▶공표·비공표 여론조사 제공 ▶유력 정치인 연결 ▶위기 대응 조언 ▶윤 캠프 인선 조언 ▶캄보디아 순방 등과 관련한 대화 내용이다. 녹음 파일은 2022년 5월 9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김영선(65) 전 의원 공천 문제로 나눴던 통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힌다.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선관위 조사 전후해 ‘압박 카드’ 정리했나
이 시기 경남 창원시의창구선관위는 김 전 의원실을 조사 중이었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선거보전금·정치자금의 수상한 흐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23년 5월 2일 당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48)씨를 처음 불러 조사했다. 강씨를 4~5차례 조사하는 과정에서 명씨와 관계도 캐물었다. 김 전 의원이 강씨를 통해 명씨에게 불법 기부를 했다고 의심해서다.
김 전 의원도 7월 10일 선관위에서 첫 서면 조사를 받았다. 명씨가 강씨 첫 조사가 있기 약 3주 전엔 녹음 파일, 김 전 의원 첫 조사를 마친 지 약 2주 뒤엔 수백개의 메시지 캡처 파일을 USB에 정리한 셈이다.

2023년 12월 12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차량에 탑승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외부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 말해라”…明 선관위 조사 피해
명씨는 강씨 등이 명씨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서 선관위 조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선관위는 23년 12월 13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제한)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종결하는 대신, 지난해 12월 3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둘이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