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탄핵' 변론 끝난 뒤 '조서 확보'…"헌재 꼼수" vs "문제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검찰에 대한 국회 측의 기록인증등본송부촉탁(헌재가 자료를 요청하는 것)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장외전이 벌어졌다. 검찰이 6일 자료 회신을 거부하긴 했지만, 헌재가 지난달 19일 1차 변론을 끝으로 변론종결된 지 보름이 지나 국회 측 추가 자료 검토를 도운 것처럼 비췄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월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韓 측 “납득 어렵다”…“불이익 감수하라”는 문형배 말 근거

국회가 송부촉탁을 요청한 기관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로, 대상 자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등 12·3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검찰 조서다.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내란 공모·묵인·방조’ 혐의 주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헌재는 같은 날 검찰에 “6일까지 관련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송부촉탁했는데, 검찰은 6일 “수사 조서 제출은 예외적 경우 말고는 제외된다”며 거부했다.

송부촉탁이 이뤄진 데 대해 한 총리 측은 6일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가 송부촉탁을 신청한 사실을 (지난 5일) 언론 보고 알았다”며 “재판부에서 매 심리때마다 우리 측에도 증거 신청 관련 의견을 물었는데 이번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총리 측 관계자도 “변론 종결됐는데 신청하는 국회 측이나, 그것을 받아주는 헌재 모두 상상도 못했고 납득도 안된다”고 말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자리해 있다. 뉴스1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자리해 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헌재가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총리 혐의는 이미 검찰에서도 찾아내지 못했는데, 검찰 수사 기록을 받아서 무엇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냐. 헌재가 국정 운영은 어떻게 되든 더불어민주당 이익을 위해 한 총리 직무정지를 장기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말을 뒤집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1차 변론 때 문 권한대행은 국회 측이 송부촉탁 자료가 넘어오지 않았다며 “추가 기일”을 요청하자 “탄핵소추 입증 책임은 국회에 있다. 의결 전 국회 법사위에 회부할 권한이 있음에도 포기하고 왔을 땐 불이익을 감수해야지, 수사기관 선의에 기대서 탄핵심판을 진행할 의무가 제게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또 국회 측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증인 신청에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등 대부분 요청을 기각하며 90분 변론을 끝으로 종결을 선언했다. 법조계에서 헌재 속도를 봤을 때 이르면 이번 주 선고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던 배경이다.

국회 측 “재판부 승인”…“변론 후 촉탁 신청하라” 김형두 말 근거

반면 국회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측 관계자는 “검찰에 송부촉탁을 신청했던 기록 목록이 지난달 28일에야 뒤늦게 왔다. 기록 목록을 토대로 필요한 서류를 특정해 지난 4일 헌재에 요청한 것”이라며 “기록 검토에 따른 송부 촉탁 신청은 지난 1차 변론 때 재판부가 승인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1차 변론 때 국회 측이 송부촉탁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자 김형두 재판관은 “계속 기다리면서 재판하는 것이 어려우니, 회신이 오면 참고 자료로 내달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 측이 “검찰 사건번호도 오지 않아 자료를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 재판관은 “변론 종료 후라도 사건번호가 오면 그거 가지고 다시 송부촉탁 신청하시라”고 말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사진은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참석한 모습. 사진 헌법재판소

김형두 헌법재판관. 사진은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참석한 모습. 사진 헌법재판소

법조계는 변론 종결 후 송부촉탁 신청을 받아준 것을 큰 논란거리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변론 종결됐더라도 참고 자료는 청구인·피청구인 모두 제시할 수 있다”며 “사전에 고지했고 평의를 거친 결정이므로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 자료로 결과가 뒤바뀔만한 일이 없는 한 총리 사건에서 송부촉탁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여권의 재판지연 의심에도 “내용 여하에 달린 문제다. 가벼운 내용이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