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현 교수, '세계의 법정' ICJ 재판관 선거 출마…한국인 최초

백진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세계의 법정'으로 불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는 2026년 말에 실시되는데 당선되면 국제법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한 백진현 서울대 명예교수. 외교부

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한 백진현 서울대 명예교수. 외교부

 
백 교수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2009∼2023년)과 소장(2017∼2020년)을 역임한 국제법 전문가다. 또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등에서 국제법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백 교수는 풍부한 국제재판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보유한 국제법 전문가로서 ICJ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후보자"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여러 국가 간 중재 사건에서 재판관 또는 재판장을 맡았다. 이런 기여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1873년 설립된 세계적 권위의 학술협회인 국제법학술원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종신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는 1945년 유엔 헌장에 근거해 설립된 상설 국제법원이다. ICJ가 심리 중인 주요 사건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자 전쟁과 관련해 제소한 이스라엘 사건 등이 있다.

ICJ 재판관은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의해 선출된 각기 다른 국적의 15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1945년 ICJ 창설 이래 한 번도 재판관 선거에 후보자를 낸 적이 없다.


ICJ는 3년마다 임기가 끝난 5명의 재판관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 유엔총회와 안보리 투표에서 모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당선되는데, 임기는 9년이다. 백 교수 외에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케냐, 감비아에도 입후보자가 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법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기여를 하기 위해 언젠가 ICJ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