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탱고 혼자 추기 어렵다. LIV와의 통합 필요없다”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 AFP=연합뉴스

지난달 27일(한국시간) 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PGA 내셔널 골프장 기자실은 웅성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PGA 투어 측 LIV 골프가 합의를 마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자들이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고 미리 기사를 써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일주일 후인 6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기자회견에서 “최고 선수들이 다시 함께 경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합의한다면 환영한다”라면서도 “현재 PGA 투어로선 LIV와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TV 시청률도 좋았고 TGL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3주 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 매킬로이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양측이 뭉칠 때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에 매킬로이는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필요한데 한쪽은 춤출 의지가 있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면 어렵다”고 했다. 1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 이후에도 매킬로이는 “양쪽이 가까워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솔직하고 핵심 정보를 안다. PGA 투어 선수 이사였으며, 현재 통합을 주도하는 타이거 우즈의 최측근이다. PGA 투어의 재벌 투자자들이 포함된 폐쇄적인 대회(세미널 프로암대회)에도 단골 참가자다. 


통합이 필요없다는 매킬로이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LIV가 주요 선수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있으며 LIV로 간 스타 선수들의 나이가 들고 있고 존 람 등은 별 성적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를 제외하곤 LIV가 PGA 투어를 흔들만한 카드가 없다.

또한 PGA 투어에 통합을 반대하는 선수도 많다. 통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와 통합 후의 혼란을 비교해 보면 커다란 이득이 아닐 수도 있다.

양쪽 협상이 멀어지면서 한동안 관망하던 LIV 선수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내년 PGA 투어 복귀를 위해 LIV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LIV 골프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 LIV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부인했다. 디섐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필 미켈슨은 브룩스 켑카가 PGA 투어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발언을 한 프레드 커플스를 두고 “저질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6일 미국 골프채널에 출연해 “통합을 하더라도 ‘조만간’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투어 통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올랜도=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