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VMH 워치 위크에서 선보인 위블로 메카-10 시계 무브먼트 조립 과정. 사진 위블로
패션부터 화장품, 주류까지 70개가 넘는 브랜드를 보유하며 럭셔리 시장을 ‘지배’하는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 이 거대 그룹은 시계와 주얼리 분야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위블로∙태그호이어∙제니스를 필두로 한 정통 시계 브랜드, 유서 깊은 하이 주얼러이자 파인 워치 브랜드인 불가리와 티파니, 공격적인 투자로 시계 매뉴팩처 브랜드로의 자격을 갖춘 루이 비통 등이 속해 있다.

LVMH 그룹 내 시계 브랜드 최고경영자와 시계 부문 디렉터들. 사진 LVMH 공식 홈페이지
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1월 ‘LVMH 워치 위크’를 연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가 함께 모여 최신 제품을 발표하는 행사다. 새 시계를 매개로 혁신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기자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 및 VIP 고객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눈다. LVMH 워치 위크는 두바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마이애미에서 열렸다. 팬데믹 시기엔 디지털 형태로 진행했다. 행사 초기엔 불가리를 포함한 정통 시계 브랜드만 참가했다.

다니엘 로스의 엑스트라 플랫 서스크립션 워치(왼쪽)과 레페 1839의 워치 박스. 이 두 브랜드는 LVMH 워치 위크에 처음 참가했다. 사진 다니엘 로스, 레페 1839
하지만 올해엔 루이 비통과 티파니, 그룹사가 인수한 독립 시계 브랜드 2곳인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 독창적 메커니즘으로 유명한 레페 1839가 새로 합류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계 산업에서 LVMH 그룹의 역량을 보여주고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LMVH 워치 부문 CEO인 프레데릭 아르노는 “최대 브랜드 참가를 통해 이 행사가 시계 업계에서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고 말하며 “고객 및 여러 파트너와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6번째인 올해 행사는 1월 말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서 차례로 열렸다. 원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개최 장소를 정했으나 대규모 산불로 인해 장소를 급하게 바꿔야 했다.

2020년 두바이에서 처음 열린 LVMH 워치 위크 행사 전경. 사진 LVMH
9개 브랜드 참가, 혁신적 작품 공개
갑작스러운 개최 도시 변경 탓에 그룹이 사전에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를 보여주긴 힘들었다. 뉴욕 행사는 5번가에 있는 티파니 플래그십 매장과 인근의 루이 비통, 불가리 매장에서 진행됐다. 파리 행사는 그룹이 소유한 호텔 한 곳과 여러 부티크에서 열렸다. 한국 기자단은 디지털 형태로 현지 취재를 대신했다.

불가리는 새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여성 시계를 강화한다. 사진 불가리
불가리는 여성용 새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공개하며 시계 부문의 정통성을 강화했다. 위블로는 올해 론칭 20년이 된 빅뱅 컬렉션 공개에 앞서 기존 아이콘 컬렉션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그호이어는 까레라와 포뮬러 1 컬렉션을 통해 레이싱 워치 분야의 최강자임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 롤렉스에 내줬던 F1 대회 공식 타임키퍼 복귀를 알렸다.

F1 공식 타임 복귀로 레이싱 워치 분야에 저변을 넓히게 된 태그호이어(왼쪽)와 올해 브랜드 창립 160주년이 된 제니스. 사진 태그호이어, 제니스
제니스는 시간당 3만6000회 고속 진동하는 크로노그래프 워치로 ‘하이비트’ 대표주자 타이틀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이다. LVMH 워치 위크에 새로 참가한 브랜드는 시계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루이 비통은 아이콘 시계인 땅부르에 독창적 메커니즘을 더해 고급화에 주력했다.

루이 비통은 회전하는 큐브가 시곗바늘 역할을 하는 스핀 타임 메커니즘을 통해 하이 워치메이킹 분야를 강조한다. 사진 루이 비통
티파니는 하이 주얼러의 특성을 살린 주얼리 시계 여러 점을 내놨다. 시계와 주얼리를 유기적 관계로 보는 ‘원 브랜드’ 전략을 강조한다.
독립 시계 브랜드인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도 새 시계 한 점씩 내놨다. 이 둘은 20세기 스위스를 대표하는 시계 제작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각각 세운 브랜드다. 2000년 불가리에 합병된 후 명맥을 유지하다 LVMH 그룹의 지원 아래 브랜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그룹에 합류한 ‘레페 1839’도 ‘워치박스’라 이름 붙인 새로운 제품을 내놨다. 레페 1839는 기계식 탁상시계를 선보이는 유서 깊은 브랜드로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을 열고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티파니는 주얼리 워치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티파니가 19세기 말에 판매한 위스테리아 램프의 갓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이터너티 바이 티파니 위스테리아' 워치. 사진 티파니
9개의 브랜드가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한 LVMH 워치 위크는 2025년 명품 시계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기세를 모아 LVMH 그룹 내 시계 브랜드는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최대 시계 박람회 워치스&원더스에도 참여한다.
어려운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꿋꿋한 시계 업계
LVMH 그룹은 1월 말 2024년 전체 실적을 담은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그룹 전체 매출은 847억 유로(약 128조 3000억원), 영업 이익은 196억 유로(약 29조 7000억원)로 전년보다 1% 성장했다. 반면, 시계와 주얼리 부문의 매출은 2023년에 비해 2% 감소, 영업 이익은 28% 감소했다. 전 세계의 매장 오픈 확대 및 리뉴얼 작업, 마케팅 부문 지속적 투자, 환율 변동 등을 감소 이유로 들었다. 지정학 문제와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이지만 그룹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브랜드 개발 중심의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라 밝혔다.

위블로를 대표하는 빅뱅 컬렉션을 올해 런칭 20주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오는 4월 워치스&원더스 시계 박람회에서 빅뱅 컬렉션의 새로운 제품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 위블로
불가리와 위블로는 현재 제조 시설 확충에 나섰고, 티파니는 아이콘 컬렉션 강화 및 매장 오픈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태그호이어는 F1 파트너십 강화와 더불어 새 스마트워치도 출시할 예정이다. 제니스는 올해 창립 160주년 맞아 기념 제품 출시 및 여러 활동을 통해 역사와 혁신이 조화를 이룬 시계 제작사 이미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계획이다.
※ 중앙일보 더 하이엔드는 LVMH 워치 위크에 참가한 티파니, 루이 비통, 위블로, 태그호이어, 불가리의 새 시계 소식을 이어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