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소매판매 금융채권 6000억, 업계 “만기 짧고 6~7% 고금리, 대부분 개인일 것”

서울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개인이나 법인이 사간 홈플러스 관련 금융채권이 6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돼 투자자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을 두고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회생절차를 신청한 3월 4일 전까지 28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465억원 규모의 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되기 직전까지 금융채권을 계속 발행한 셈이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변제가 동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당분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홈플러스가 밝힌 CP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 수준. 여기에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유동화 전단채(ABSTB) 약 4000억원을 합치면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총 6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홈플러스 금융채권 투자자 상당수가 개인투자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같은) ‘트리플 B(BBB)’급 CP나 전단채는 연 6~7%의 높은 금리에 만기가 짧아 결국은 대부분 리테일로 판매된다. 신용 리스크가 높아 기관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P 등은 사모(私募)로도 발행돼 주로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펀드 같은 단기 채권형 펀드에 들어가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한 개인들이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트리플 B급 중 최근 가장 구하기 쉬운 게 홈플러스였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선 홈플러스 ABSTB 중에서도 약 3000억원이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산한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ABSTB나 CP를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관련 금융채권 발행도 매월 정해진 날짜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리테일 판매를 모를 수 없는 구조”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채권 발행사는 증권사와 발행 조건을 협의하는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판매 비중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역시 정기 평가에서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자구안을 문의하는 등 기업과 미리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실적 역시 홈플러스는 4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데다, 차입금 대비 영업이익(순차입금/EBITDA)이 2021년 2월 기준 9.7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20.3까지 느는 등 뚜렷하게 악화하는 추세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이익창출력 약화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 불확실성 확대를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향 이유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홈플러스는 3년 연속 매출이 성장했다. (신용평가사와는) 실적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 손실 우려에 대해선 “홈플러스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인한 것으로, 의도성은 없다”고 했다.


서울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결정돼 투자 손실이 확정될 경우 시장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MBK파트너스 등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CP 등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증권사 책임론까지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은 투자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며 “손실이 확정될 경우 채권 판매가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이뤄졌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