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00㎞마다 엔진오일 보충?"…1억 외제차 하자 공방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 B사 차를 구매한 A씨(40)가 지난달 25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 해당 차의 문제점과 B사의 대응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올린 게시물 캡처.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 B사 차를 구매한 A씨(40)가 지난달 25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 해당 차의 문제점과 B사의 대응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올린 게시물 캡처.

40대 차주, 국토부에 중재 신청

“2500㎞(A씨 추정치)마다 엔진 오일을 보충해야 하는 차가 정상입니까?”
전북 전주에 사는 자영업자 A씨(40)가 지난달 25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 “고민 끝에 (외국 자동차 브랜드) B사 승용차를 샀지만, 이 선택이 이렇게 힘들게 할 줄 몰랐다”며 올린 글이다. A씨는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가 구매한 지 1년도 안 돼 엔진 경고등이 반복적으로 켜지자 B사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B사 측은 “운전자에게 소모된 엔진 오일을 보충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정상적인 메시지”라고 맞섰다.

세 딸을 둔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해당 게시물에서 “가족의 안전을 위해 큰 비용을 감수하고 산 차가 오히려 저와 가족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2023년 12월 21일 해당 차를 샀다.

B사 측 법률 대리인이 지난달 25일 1차 심리를 앞두고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 차주 A씨가 주장하는 해당 승용차 증상과 확인·조치 내역 등이 담겼다. 사진 A씨

B사 측 법률 대리인이 지난달 25일 1차 심리를 앞두고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 차주 A씨가 주장하는 해당 승용차 증상과 확인·조치 내역 등이 담겼다. 사진 A씨

“가족 안전 위해 산 차가 외려 불안”

A씨와 B사 등에 따르면 A씨 차가 ‘엔진 오일 보충 메시지 점등’을 이유로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건 모두 세 차례다. 이때마다 서비스센터 측은 엔진 오일(1.5L)을 보충·교환했다.

A씨 차의 엔진 경고등이 처음 켜진 건 누적 주행 거리 4000㎞일 때쯤이다. 계기판에 “정차 후 엔진을 끄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A씨는 “딜러에게 문의하니 ‘그냥 타도 된다’는 답변을 받은 뒤 안심하고 운행했지만, 얼마 안 가 결국 차가 (운행 중) 멈춰 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4월 11일(누적 주행 거리 4513㎞)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했지만, ‘엔진 오일만 보충하면 된다’는 말뿐이었다”며 “그 말을 믿고 다시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가져와 운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A씨 차는 누적 주행 거리 6793㎞에서 또다시 엔진 경고등이 켜졌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1일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기고 원인을 물었지만, “본사도 원인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A씨는 차 인수를 거부했다. 같은 달 25일 B사 판매 대리점 지점장으로부터 ‘레몬법’을 근거로 “3회 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받은 뒤 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레몬법'은 반복적으로 고장 나는 자동차·전자 제품 구매자에게 보상해 주기 위해 제정된 미국 법이다. 국토부는 2019년 1월 ‘한국형 레몬법’인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를 도입했다.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 거리 2만㎞ 이내)에 반복된 하자 발생 시 제작사에 교환·환불을 요청하고 제작사와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는 제도다.

차주 A씨가 지난해 6월 25일 B사 판매 대리점 지점장에게 받은 합의서. 사진 A씨

차주 A씨가 지난해 6월 25일 B사 판매 대리점 지점장에게 받은 합의서. 사진 A씨

B사 “‘엔진 오일 보충’은 정상적 메시지”

그러나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누적 주행 거리 1만399㎞에서 세 번째로 엔진 경고등이 켜지자 차를 다시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서비스센터 측은 같은 달 19일 “엔진 오일 소모량은 최대 1000㎞당 0.8L 이내로 정상 범위”라며 차를 가져갈 것을 안내했으나, A씨는 출고를 거부하며 현재까지 대차 차량을 이용 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B사 측은 지난달 25일 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1차 심리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엔진 경고등이 켜지는 증상은 하자라고 보기 어려우며, 신청인 차에 대해 전혀 수리가 실시된 바가 없으므로 해당 차량은 ‘3회 이상 수리했으나 그 하자가 재발한 자동차’에 해당하지도 않아 신청인의 하자 재발 통보 역시 부적법하다”며 A씨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B사 측 법률 대리는 국내 한 대형 로펌이 맡았다. 

B사에 따르면 세 차례 서비스센터 점검 결과 A씨 차에서 엔진 오일 누유(기름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 등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레몬법 일러스트. 국토부가 2019년 1월 도입·시행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은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 거리 2만㎞ 이내)에 반복된 하자 발생 시 제작사에 교환·환불을 요청하고 제작사와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레몬법 일러스트. 국토부가 2019년 1월 도입·시행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제도)'은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 거리 2만㎞ 이내)에 반복된 하자 발생 시 제작사에 교환·환불을 요청하고 제작사와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는 제도다. 연합뉴스

“자동차관리법상 환불 대상 아냐”

이와 함께 B사 측은 “A씨 신청은 자동차관리법상 교환·환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엔진 오일 보충 메시지 점등 증상은 A씨 차의 주행에 따른 정상적인 엔진 오일 소모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차는 1000㎞를 주행할 때마다 최대 0.8L 엔진 오일이 소모될 수 있으며, 새 차이거나 높은 엔진 속도로 빈번하게 주행하는 경우엔 엔진 오일이 그 이상 속도로 소모될 수 있다는 게 B사 측 설명이다. B사는 “외려 엔진 오일이 부족해졌는데도 엔진 오일을 보충하라는 메시지가 점등되지 않는다면 엔진 등 주요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차량 연식이 오래될수록 엔진 성능이 떨어지고 오염도가 심해지기 때문에 엔진 오일을 자주 교환해 줘야 한다. 차종마다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새 차는 1만㎞마다 엔진 오일을 교환하고, 10년 이상 된 차는 5000~7500㎞마다 바꿔주는 게 좋다고 한다.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체 중재 신청 2840건 중 교환·환불·보상·수리 건수는 990건(35%)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