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서울역인데…노선따라 미세먼지 두 배 차이, 왜?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대합실 모니터에는 역사 내 지난 24시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123.3㎍/㎥)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대합실 모니터에는 역사 내 지난 24시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123.3㎍/㎥)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수도권에 올봄 첫 초미세먼지(PM2.5)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대합실에는 역사 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6.3㎍/㎥라고 알리는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매우나쁨(75㎍/㎥ 초과)’ 등급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이 역사의 지난 24시간 평균 농도는 123.3㎍/㎥로 더 높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가 되면 공기질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을지로입구역 관계자는 “승강장에만 16대의 대형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있지만, 좀처럼 공기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의 습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지하철 역사 공기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시내 7개 역사의 지난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초과했다. 3호선 충무로가 124.5㎍/㎥로 가장 많았고, 을지로입구, 종각, 동묘앞, 까치산, 제기동, 종로5가가 뒤를 이었다.

이날 국가 측정 설비가 갖춰진 수도권 지하철 가운데 29.4%는 법정 공기질 관리 기준(24시간 평균 50㎍/㎥ 이하)을 초과했다. 특히 환기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1~5호선 역사는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70㎍/㎥를 초과한 역사의 70%를 차지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과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지하철 역사는 지상에서 가라앉은 미세먼지가 쌓이기 쉬운 반면 환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이용객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전동차의 바퀴와 레일이 마모되면서 대기 오염물질이 다수 발생해 지상보다 미세먼지가 많다.


서울역 1호선과 공항철도, 공기질 두 배 차이 

수년째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지하철 역사의 공기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기시설이 노후화한 만큼 공기질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역이지만 1974년에 개통한 서울역 1호선과 2010년에 개통한 서울역 공항철도의 공기질은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날 서울역 1호선 역사의 24시간 평균 농도는 81.3㎍/㎥, 공항철도 역사는 43.7㎍/㎥로 측정됐다. 지난해 기준 서울 지하철 역사 환기설비의 76.8%(192곳)가 법정 내구연한인 20년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노후화한 환기 설비가 승강장 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노후화한 환기 설비가 승강장 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정은혜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충무로역,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등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수립한 ‘초미세먼지 종합 대책’ 대상역”이라며 “이들 역을 포함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역사의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입해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