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도발, 대러 수출 '마케팅 쇼' 였나…정밀타격 능력 과시

북한이 최근 벌이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놓고 러시아 수출을 염두에 둔 시연 성격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면서다.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11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평안남도 상취라도의 사각형 구조물과 벙커에 검은 점이 포착됐다. 이는 지난 10일 북한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타격 흔적으로 추정된다. 플래닛 랩스=NK뉴스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11일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평안남도 상취라도의 사각형 구조물과 벙커에 검은 점이 포착됐다. 이는 지난 10일 북한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타격 흔적으로 추정된다. 플래닛 랩스=NK뉴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 민간 위성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날(1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표적으로 추정되는 섬에 타격 흔적이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0일 “오후 1시 50분경 북한 황해도 내륙에서 서해 방향으로 발사된 미상 탄도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황해북도 황주에서 발사된 해당 미사일이 ‘화성-11라’형으로 명명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 CRBM은 정밀타격이 가능한 한국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 케이티즘(KTSSM)을 빼닮아 ‘북한판 KTSSM’으로도 불린다. 150㎞ 안팎에 불과한 거리를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해 탐지가 까다롭다는 특징도 지닌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2022년 4월 첫 시험발사한 후 지금까지 최소 다섯 차례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NK뉴스는 이번 미사일이 향한 지점으로 평안남도 남포 서쪽 ‘상취라도’라는 섬을 지목했다. 이로부터 37마일(약 60㎞) 떨어진 황주 공군기지에서 발사됐을 수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추정이다.  

실제 발사 다음날인 11일 위성사진을 보면 상취라도에 설치된 가로·세로 각 25m 크기의 사각형 구조물에 전날에는 볼 수 없던 검은 점이 드러나 있고, 인근 벙커 한 곳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보였다. 최소 3발의 CRBM이 섬을 때린 것으로 추정 가능한 대목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같은 날 5발 미만의 미사일을 쐈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달 26일 발사된 순항미사일도 상취라도의 타깃을 타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취라도는 2022년 후반 ‘표적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벙커를 포함한 다양한 구조물이 본격적으로 건설됐다. 상취라도 서쪽 하취라도에도 원형 표적이 식별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상취라도에 구조물까지 만들어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 타격 정확성을 검증·선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러시아로 보내고 있는 북한이 CRBM도 수출 목록에 올려놓고 일종의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미로도 읽힌다. 잇딴 미사일 도발이 쇼케이스 성격일 수 있는 셈이다. 군 당국은 이미 지난해 1월 북한 CRBM의 러시아 수출을 예상한 적이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해 8월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해 8월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CRBM이 북한이 대량생산을 공언한 무기체계라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관으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을 열고 해당 발사대를 한국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선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에는 CRBM의 이동식발사대(TEL) 250대가 드러났다. 한국을 향한 물량공세 위협은 물론 대량생산 능력도 과시했던 셈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대러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군수공장을 완전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앞두고 무기 체계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정황으로도 볼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