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생명 비밀 풀까…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9수 끝 발사 성공 [팩플]

우주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 존재를 밝혀낼 수 있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8전 9기 끝에 우주로 향했다.

스피어엑스가 12일 낮 12시 10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스피어엑스가 12일 낮 12시 10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우주항공청은 스피어엑스가 12일 오후 12시 9분(현지시간 10일 오후 11시 9분) 미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고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이날 12시 52분쯤 발사체에서 분리돼 목표 지점인 고도 약 650㎞ 태양동기궤도에 안착했다. 이후 NASA는 오후 1시 30분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지상국 센터에서 스피어엑스와 교신에 성공했다. 아직 초기 운영 단계여서 우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약 37일 동안 망원경의 광학·분광 성능을 시험하고, 첫 시험 관측도 수행한다. 지난달 28일 첫 발사 예정이었던 스피어엑스는 날씨·장비 문제로 8번 연기된 끝에 9번째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스피어엑스가 뭐야

스피어엑스는 가로·세로 1.5m, 높이 1.3m 크기 확성기 형태 망원경이다. 하늘 면적 전체(100%)를 적외선 영역에 속하는 102가지 색깔로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 내부의 별 1억개와 외부 은하 4억 5000만개를 관찰할 수 있다. 기존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망원경’은 4~6가지 정도 색으로만 관측이 가능했다. 스피어엑스는 이날 발사 후 약 2년 동안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하는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스피어엑스의 목표는

관측을 통해 스피어엑스는 외계 생명체 존재 단서인 물과 이산화탄소를 찾는다. 스피어엑스가 하늘 면적 100%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시야에서 성간 구름(우주에 존재하는 가스나 먼지) 속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좁은 영역을 자세히 찍는 데 특화돼 지금까지 하늘 면적의 1%만 촬영했다.

스피어엑스는 우주 기원을 밝힐 단서도 찾는다. 137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 1초 만에 우주 크기가 1조 배 늘어났다는 ‘빅뱅 이론’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스피어엑스는 수십억 개 천체에서 나오는 빛을 파장으로 분리해 구성 성분과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지구에서 먼 곳에 존재하는 수억개 은하의 분포도를 만들어 ‘빅뱅’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팰컨9 로켓에서 분리돼 궤도로 향하는 스피어엑스. 연합뉴스

팰컨9 로켓에서 분리돼 궤도로 향하는 스피어엑스. 연합뉴스

 

한국 역할은 

스피어엑스 망원경 개발에는 NASA와 캘리포니아공대 등 12개 연구조직이 참여했다. 천문연은 2016년 기획 단계부터 공동개발에 참여한 유일한 국제 협력 기관이다. 천문연은 전체 예산 3000억원의 5% 정도인 약 150억 원을 투입했다. 스피어엑스에는 천문연이 독자 개발한 근적외선 우주망원경(NISS)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광관측 기술도 탑재됐다. 분광관측 기술은 개별 천체의 파장에 따른 밝기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앞으로 천문연 연구원들은 NASA 전문가들과 동일한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갖는다. 우주 생성과 진화 과정 등 새로운 사실을 발표하는데 국내 연구진이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측 연구책임자인 정웅섭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적외선 3차원 우주 지도를 제작해 우주 생성·진화의 단서를 발견할 것”이라며 “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천체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