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전남 영광군 공동육아 나눔터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눔터는 무료로 제공되는 복합육아공간이다. 황희규 기자
지난 6일 오후 4시쯤 전남 영광군 영광읍의 ‘공동육아 나눔터’.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하원한 자녀들의 손을 잡은 학부모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부모들이 모여 이른바 ‘육아 품앗이’를 하는 나눔터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공동육아 나눔터는 영광군이 아이를 둔 주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복합육아공간이다. 평일에는 외부 강사나 나눔터 관계자가 진행하는 놀이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주말이면 학부모끼리 그룹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체험 활동과 소풍 등을 즐긴다.
자녀 3명과 함께 나눔터를 찾은 황승아(35·여)씨는 “남편의 이직으로 충북에서 영광에 올 당시엔 아이를 세 명이나 낳을지 생각도 못 했다”며 “(영광의) 육아지원 시스템과 경제적 지원 덕분에 남편의 월급만으로도 아이들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굴비 산지로 유명한 영광군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광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1.71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6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0.75명)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영광군의 출산율 1위 유지는 결혼부터 임신·출산까지의 단계별 지원 시스템이 효과를 낸 결과다. 영광군에서는 결혼지원 프로그램 3개와 임신지원 21개, 출산지원 21개 등 45개의 사업이 주기별로 진행된다.
아이를 낳으면 첫째 5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다섯째 3000만원, 여섯째 3500만원의 양육비가 지급된다. 신혼부부 장려금 500만원도 지원한다. 출산 이후 양육 지원 시스템도 촘촘하다. 보육지원 10개, 교육지원 12개, 청년지원 13개 등 35개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영광군은 기존 ‘공동육아 나눔터’를 대폭 확대한 ‘청년·육아나눔터’를 오는 9월 개관한다. 사업비 140억원이 투입된 나눔터는 영광읍내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들어선다.
한빛원전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일자리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원자력발전소 6기가 상업운전 중인 영광에는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3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있다.
출산·육아정책과 일자리가 맞물리면서 영광으로 전입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지난해 영광군에는 5321명이 전입하고 4619명이 전출해 702명이 순유입됐다.
전남 강진군도 2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2위를 지켰다. 전국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출산수당과 ‘빈집 리모델링 지원’ 등을 통해 2022년 0.88명이던 합계출산율을 지난해 1.6명까지 끌어올렸다.
강진군은 2022년 8월부터 1인당 육아수당 504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생후 96개월까지 지급되는 육아수당에 부모급여(1260만원)와 아동수당(950만원)을 합치면 출생아 1인당 7250만원을 지원한다. 강진군은 2022년 93명이던 출생아가 지난해 170명으로 82.8% 증가했다. 빈집 리모델링 지원도 출산율 증가를 뒷받침했다. 귀향·귀촌자가 빈집을 빌려 리모델링하면 심사를 거쳐 최대 7000만원을 무상지원한다.
강진군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고 있지만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곳’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