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준 달라"…성과급 갖고 싸우더니, 현대제철 비상경영

성과급 규모를 놓고 노사 갈등 중인 현대제철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희망퇴직을 검토한다. 미국의 철강 관세 25%가 지난 12일부터 부과된 데다,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회사 측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단 의지다.   

현대제철은 14일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해외 출장 최소화 등 다방면으로 원가절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가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제철은 이미 포항 2공장 등 일부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14일까지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 공장 전환배치를 신청 받고 있다. 중국·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함에 따라 무역위원회에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제소도 진행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2일부터 한국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커졌다.

노조와 타협점을 못 찾고 있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성과급 문제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25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전경. 오삼권 기자

지난 25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전경. 오삼권 기자

회사는 지난해 기준 당기순손실 65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의 450%+1000만원) 수준의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보다 더 많은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거듭해왔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회사는 지난달 24일엔 195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 핵심 설비 가동을 스스로 중단하는 ‘직장폐쇄’로 초강수를 뒀다. 이에 노조는 냉연을 생산하는 전남 순천 공장에서도 부분파업을 벌이며 맞대응했다.

그러다 회사가 지난 12일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13일 노조도 파업을 중단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지만 재협상은 10분 만에 결렬됐다. 노조는 재협상에서 성과급으로 ‘기본급 500%+1800만원’안 등 상향된 수준의 성과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는 “추가 제시안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에서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조속히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줄 것을”요청했다. 반면,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사보다 현저히 낮은 (성과급)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 측이 성의 있는 추가 제시안을 가지고 와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