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이 확정되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수퍼1000) 결승에서 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게임 스코어 2-1(13-21 21-18 21-18)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안세영은 지난 2023년 한국인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식을 제패한 데이어 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며 ‘당대 최강’을 입증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올해 들어 출전한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에 이어 전영오픈까지 국제대회 4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함께 진행 중인 연승 행진도 20경기까지 늘렸다.

미소와 함께 트로피에 입 맞추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두 번째 게임부터 드라마가 시작됐다. 특유의 끈질긴 수비가 살아나며 경기 흐름과 스코어가 팽팽해졌다. 6-6으로 맞선 상황에서 무려 79차례나 랠리를 이어간 끝에 승리하며 한 점을 추가한 게 자신감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18-18 동점 상황에서도 42회의 랠리를 견디며 다시 한 점을 가져온 뒤 잇달아 2점을 보태 21-18로 마무리했다.
3세트는 체력과 정신력의 승부였다. 안세영이 공세 위주로 전환하며 템포를 바꾸자 왕즈이가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연이어 범실을 저질렀다. 안세영이 왼쪽 무릎에도 통증을 호소하며 얼굴을 찡그렸지만 정신력으로 버틴 끝에 또 한 번의 승리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랠리가 끝난 직후 안세영은 코트에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셔틀콕 퀸’의 투혼을 격려했다.

경기 도중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통증을 호소하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전영오픈은 지난 1899년 창설해 126년 역사를 자랑한다. BWF가 주최하는 월드투어 중 가장 오래된 대회이자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무대다.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 여자 단식 1인자로 인정받았다.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안세영 시대’ 개막을 알렸다.
한편 남자 복식 랭킹 43위 서승재-김원호 조(이상 삼성생명)도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카르난도-마울라나(18위) 조를 2-0(21-19 21-19)으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 남자 복식을 제패한 건 지난 2012년 정재성-이용대 조 이후 13년 만이다.

경기 후 시상식에서 함께 혈투를 벌인 왕즈이(왼쪽)와 함께 활짝 웃는 안세영. AFP=연합뉴스

승부를 마친 뒤 왕즈이(오른쪽)와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안세영. AP=연합뉴스

남자 복식 정상에 오른 김원호(왼쪽)-서승재 조가 금메달과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