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상품권 스캔들'…日 언론 “기시다 전 총리도 상품권 돌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상품권 스캔들’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전 총리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기시다 전 총리가 재임 시절 한국에선 차관급인 정무관들과 간담회를 열며 10만엔(약 97만원)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상품권 스캔들이 터지자 ‘전례’를 언급한 바 있는데, 기시다 전 총리 시절에도 이런 상품권 수수가 실제 존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일본 중의원(하원)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전 총리(오른쪽)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해 4월 일본 중의원(하원)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전 총리(오른쪽)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AFP=연합뉴스

복수의 자민당 관계자들은 기시다 정권 시절에도 상품권을 전달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상품권 전달 방식은 이시바 총리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 내에서 과거에도 “상품권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2022년의 일이다. 기시다 총리 재임(2021~2024년) 기간으로 당시 정무관에 취임한 한 의원은 총리 공저(총리의 숙소)에서 열린 간담회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간담회를 전후로 기시다 총리 비서로부터 10만엔 상품권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민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1매에 1000엔(약 9700원) 상품권이 100매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 역시 공저에서 지난 3일 초선의원 15명과 함께 한 간담회를 열었는데, 비서를 통해 10만엔 상품권을 돌렸다. 

상품권 스캔들에 대해 기시다 전 총리 측은 서면 답변을 통해 아사히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개인 사교 모임, 정치 활동으로서의 모임, 정치 단체의 정치활동 모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법에 따라 적합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기시다 전 총리의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2020~2021년) 전 총리 측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간단한 선물을 준 적은 있지만 모두 법령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실시했다”는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2008~2009년) 전 총리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총리 출신으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2011~2012년) 대표는 상품권 배부에 대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이시바 총리보다는 역대 총리, 자민당의 정치문화가 문제가 됐다. 구조적으로 뿌리 깊은 문제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의원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EPA·지지통신=연합뉴스

지난 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의원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EPA·지지통신=연합뉴스

 
한편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선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상품권 전달 목적에 대해 “(초선의원들에게)정치 활동에 써달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재차 부인했다. 통상의 ‘노고 치하’의 의미일 뿐 정치활동 기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상품권 스캔들이 기시다 정권 등을 포함해 “자민당 전체 문제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보도 사실에 대해 제가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상품권 전달 사건이 알려지며 최저치인 23%(마이니치 조사)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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