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반도체 팹리스 ‘암페어’ 인수...'AI 칩 대전' 본격 참전 선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페어를 65억 달러(약 9조4700억원)에 인수한다. 720조 규모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의 청사진에 9조 원짜리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다.

지난달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소프트뱅크, 반도체 참전 선언

20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암페어를 100% 자회사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암페어의 기존 투자자인 오라클과 칼라일의 보유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액 현금 매입하는 방식이다. 

2018년 인텔 전 사장이 창업한 암페어는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하는 회사다. 이 시장은 인텔이 완전히 장악했다가 지난해 AMD에 점유율을 역전 당했는데, 양사 제품 모두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이다. 아키텍처란 CPU가 사용하는 기본 언어 및 구조를 가리킨다.

반면 암페어는 암(Arm)의 아키텍처 기반으로 CPU를 설계하며, 이는 지난 2021년부터 오라클 데이터센터에 사용되고 있다. Arm의 아키텍처는 저전력 설계에 강점이 있어 주로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용 칩에 적용되는데, AI 대중화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급증하자 서버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그룹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그룹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영국 기업 Arm은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설계 자산(IP) 사용료를 받는 사업을 해왔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암페어 인수는, 설계 사용료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참전 선언’인 셈이다. 

손정의 스타게이트, ‘제조’ 파트너는 어디?

이날 손 회장은 인수 발표 성명에서 “AI의 미래에 획기적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라며 “암페어의 전문성으로 이 비전을 가속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손 회장은 미국 전역에 총 720조원 규모의 AI 기술·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했다. 소프트뱅크와 합작하는 오픈AI가 AI 모델을, 오라클이 데이터센터를 맡지만 전용 칩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빠져 있었다. 손 회장은 이번 암페어 인수가 “미국에서의 AI 혁신에 대한 노력 강화”라고도 설명했다.

지난 1월 미국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립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립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제 스타게이트에 남은 퍼즐은 ‘칩 제조’다. 첨단 반도체를 대량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TSMC, 삼성, 인텔뿐이다. 일본 정부와 대기업(소프트뱅크·토요타 등)이 투자한 라피더스(2022년 설립)가 있지만, 아직 시장의 검증은 받지 못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미·중 AI 인프라 경쟁에 힘입어 순항할 경우, 여기에 필요한 반도체 제조 물량을 TSMC·삼성·인텔이 어떻게 받아가느냐에 따라 향후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은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을 깜짝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르네 하스 Arm CEO와 회동했다. 그는 회동 후 “스타게이트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고, 계속 논의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