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키우려 ‘건설 경쟁’에 나섰던 한(삼성전자)·미(인텔)·일(라피더스)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1위(점유율 67.1%) 대만 TSMC의 대형 고객 독점이 더 심해지고 있어, ‘수요 없는 공장’이 될 처지여서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고객 수주 확대”(전영현 반도체사업 부문장), “고객 확보의 선순환 구조”(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다짐이 연이어 나왔다.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생사(生死)는 철저히 고객에 달렸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1/2b809c18-9c5e-4145-9df6-c841cfd2737e.jpg)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
99.6% 완공된 美 공장…삼성의 고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원래 지난해 말 공장 가동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연기됐다. 테일러 공장에 장비를 납품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작년 10월 장비 납품을 마쳤지만, 실제 설치 등 마무리 공사는 올해 5월까지 보류됐고 내년 초에 완료하기로 안내받았다”라고 말했다. 아직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지난 7일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미국 기업들의 주문이 이미 가득 찼고 내년에 이어 내후년 신설할 라인까지도 밀려 있다”라고 말했다.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추가 팹을 짓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2나노 기술 무용지물? 日라피더스의 딜레마

지난달 12일 공장 건설이 한창인 라피더스 지토세 공장의 모습. 김현예 특파원
그러나 지난 11일 아사히 신문은 일본 기계진흥협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라피더스가 만들 칩을 과연 누가 얼마에 구매할지도 모르는데, 고객사도 없이 최첨단 공정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보도했다.
인텔 변수에 촉각, 핵심은 ‘기술력 확보’

미국 오하이오에 건설 중인 인텔의 신규 팹 공사 현장. 사진 인텔
‘인텔-TSMC-미국 팹리스(설계전문회사)’ 간 밀착도 중요 변수다. 앞서 로이터는 TSMC가 엔비디아·AMD·브로드컴 등에 ‘인텔 지분을 공동 인수하자’라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인텔 파운드리는 엔비디아를 위시한 대형 고객의 주문을 받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나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자 간담회에서 “그런 제안이 온 적이 없다”라고 이를 공식 부인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 삼성 파운드리에 절실한 건 미국 빅 테크 고객 확보”라면서 “대형 고객사를 쥔 TSMC가 인텔에 관여하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기술 유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텔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은 작다”라며 “삼성 파운드리는 기술력을 높이며 계속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