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GM 본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과 현대차 문건 등을 통해 “현대차의 전기 상용 밴 2종을 GM과 공유하는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GM이 현대차에 북미에서 판매할 픽업트럭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다. 현대차는 GM에 전기 밴을 제공하고, GM은 현대차에 픽업트럭을 제공하며 ‘배지 엔지니어링(리뱃징)’ 전략으로 협업한다는 것이다.
‘리뱃징’은 하나의 차종에 다른 브랜드의 차량 배지(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전략이다. 이 경우 현대차는 GM을 통해 북미 상용차 시장 진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지난 1월 열린 현대차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EV 상용차 리뱃징을 양사가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북미 시장에 상용차가 진출할 기회라 보고 있고, 구체적 차종은 선정 작업 중이다”고 말했다.
GM 역시 리뱃징을 통해 막대한 신차 개발 비용은 줄이고 북미 밴 시장에서 영향력은 유지할 수 있다. GM은 노후화된 쉐보레 익스프레스 및 GMC 사바나 밴을 단종할 예정인데, 이 후속 모델을 현대의 전기 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로이터의 전망이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전기 밴 리배징 차종은 소형·대형 상용차 2종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 상용차 ST1 플랫폼을 활용한 소형 전기 상용차와 벤츠 스프린터에 대응할 수 있는 대형 전기 상용차다. 현대차 ST1은 이탈리아 이베코그룹과 협력해 유럽에서 ‘이베코 e무브’라는 모델로 판매되는 등 유럽시장에서 리배징 이력이 있기도 하다.
현대 로고를 단 GM의 중형 픽업트럭이 나올 수도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GM이 미국 시장에서 ‘쉐보레 콜로라도’나 ‘GMC 캐니언’으로 판매 중인 중형 픽업트럭을 현대차와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의 모습. 사진 GM
픽업트럭 시장은 외국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미국이 1960년대부터 수입산 경트럭(light truck)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치킨세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 “치킨세 덕분에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픽업트럭은 북미지역에서 생산되고,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경트럭 중 80%는 GM, 포드, RAM(스텔란티스)같은 미국 브랜드였다”고 보도했다.
향후 현대차와 GM의 협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나 차세대 배터리, 배터리 소재, 차량 부품 공동 구매 등으로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20일 열린 제 57회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GM과 차량 개발과 부품 조달 등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GM의 차량 리뱃징은 서로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주는 전략이자 신차 개발 비용 절감, 생산 시설 공유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