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모을루 시장의 부인 딜렉 카야는 이날 이스탄불 시청 주변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그가 당신(에르도안)을 쓰러뜨릴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에크렘이 직면한 불의는 모두의 양심을 울렸다"고 호소했다.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 시장이 부패·테러 연루 등 혐의로 전격 체포된 지 닷새째인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시청 주변에선 최소 수만 명이 모여 에르도안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이마모을루가 지난 2019년 5월 22일 무대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마모을루가 속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이날 치러진 202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를 대선 주자로 확정했다. CHP는 비당원도 표를 던질 수 있는 개방형 투표로 진행된 이번 경선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1500만 표를 얻었다면서 "이 중 1321만1000표가 (비당원이) 연대의 뜻으로 투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81개 도시에서 진행된 이번 경선은 투표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당초 예정 시간을 세 시간 반이나 넘겨서야 끝났다고 CHP는 덧붙였다.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가 테러조직으로 규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지원·협력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모을루는 지난해 지방 선거와 관련한 부패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마모을루가 이례적 지지 속에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이마모을루는 차기 대선에서 에르도안과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야권 후보다. 그렇기 때문에 이마모을루를 대선후보 경선 직전에 구금하는 등 정치적으로 탄압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카가프타이 국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에르도안은 이마모을루가 막을 수 없는 힘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이 2003년부터 22년간 장기집권해온 것에 국민의 피로감이 커졌고,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정립한 세속주의 원칙을 에르도안이 약화하자 이에 불만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가장 큰 시위…수십만명 거리로
AFP통신은 "이스탄불에선 경찰 기동대가 고무총탄과 최루액 스프레이, 진압용 수류탄을 사용했고 앙카라에선 물대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튀르키예에서 10년 만에 일어난 가장 큰 시위"라고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튀르키예 내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시위가 시작된 후로 24일까지 1133명이 구금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튀르키예 법원은 23일 그의 구금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 내무부는 이에 근거해 그의 시장 직무를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측은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이는 사법절차가 아닌 즉결처분"이라며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서겠다"고 말했다.

2025년 3월 23일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하는 경찰과 충돌한 가운데, 국기를 든 시위대. AFP=연합뉴스

2025년 3월 23일 튀르키예 시위자들이 피켓과 국기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그가 차기 대선 전에 풀려나도 장애물은 있다.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조건인 학사 학위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대선 출마 자격이 있다. 앞서 18일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교는 홈페이지에서 1990년 경영학부로 편입한 졸업생 28명의 학적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졸업·학위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 이마모을루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그는 학위 취소에 항의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마모을루가 구금된 19일 이후 3일간 튀르키예 주식시장 지수는 16.3% 내리는 등 요동쳤다. 리라화 폭락을 방어하려 중앙은행은 같은 기간 외환 보유고 260억 달러(약 38조1238억원)를 소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위가 거세지면서 리라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