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TV 세계 1위' 주역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별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에 올린 주역이 별세했다. 25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휴식 중 심정지로 치료를 받다 숨졌다고 이날 삼성전자가 밝혔다. 향년 63세.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뿌리 격인 TV 사업을 세계 최고로 올린 엔지니어 경영자다. 그가 1988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일 당시 삼성은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소니를 멀찍이 쫓는 후발주자였다. 그해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TV 개발 엔지니어로 입사한 고인은 이후 37년 회사 생활의 대부분을 TV에 전념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출시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보르도 TV. 사진 삼성전자

2006년 삼성전자가 출시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보르도 TV. 사진 삼성전자

 
특히 그가 액정표시장치(LCD) TV 랩장(부장급)으로 개발 실무를 전담해 2006년 내놓은 ‘보르도 TV’는 출시 6개월 만에 200만 대가 팔려나가며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 TV는 그해 처음으로 세계 시장에서 소니를 꺾었고, 지금까지 19년째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고인은 성과를 인정받아 이듬해 임원으로 승진했고 영상디스플레이(VD) 상품개발팀장과 개발실장(부사장)을 거쳐 2017~2023년에는 VD사업부장(사장)으로 TV 사업 전체를 이끌었다. 성실하고 우직하게 난관을 뚫는 모습이 코뿔소를 떠올리게 한다며 ‘코뿔소 사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고인은 지난 202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해 TV·가전·모바일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전체를 이끌어 왔다. DX부문장으로서 그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전자제품군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제품 간 연결로 사업부 시너지를 내는 데에 힘썼다. 


그는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하고, 로봇, 메드텍, 차세대 반도체 등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고, 직후 중국 가전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경영 활동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휴식 중 심정지로 쓰러졌고,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중국발전포럼(CDF) 참석과 샤오미·비야디(BYD) 등 현지 기업 회동 차 중국 출장 중이다. 이 회장은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