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첫 700조원 돌파…정부 “재정 지속가능성 우려”

2026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 예산은 통상 갈등 대응책 마련,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지원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연금이나 복지비용 등 의무지출 부문도 쓰임새를 정비하기로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방향 등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677조4000억원, 편성 기준)보다 4.0% 증가한 70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7년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던 정부 예산은 2020년 500조원대, 2022년 600조원대에 각각 진입했다. 2016년(38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나라 살림 규모가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민생안정과 경기회복 ▶산업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미래 ▶국민안전 확보, 굳건한 외교·안보를 4대 중점 목표로 삼기로 했다. 시급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경영 안정과 청년∙고령층 등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통상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정의 역할도 강화한다.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 지역·품목을 다변화하고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AI·바이오·양자 등 이른바 ‘3대 게임체인저’인 기초·원천 기술도 중점 투자 대상에 올랐다.

올해 지침에선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부각했다. 성장률 저하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와 고령화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인식에서다. 재정건전화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한국에 지속해서 주문하는 문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의무지출은 연금이나 지방교부금처럼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과 다른 점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량지출은 올해 308조원에서 2028년 323조원으로 소폭 증가하지만, 의무지출은 올해 365조원에서 2028년 433조원으로 급증한다.

일단 정부는 내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4년 연속 지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 ‘마른 수건 짜기’란 한계가 있다.

결국은 의무지출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게 재정 당국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관계자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의료 등 복지지출 급증, 국채이자 부담 등으로 향후 재정 여력 대부분을 의무지출에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중장기 지출 소요를 점검하고, 구조 개편 등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잠재성장률이 사실상 1%대로 추락하면서 법인세 등 세수 기반이 흔들리고, 글로벌 교역 여건과 자산 시장에 여건에 따라 국세 수입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율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경기 활성화에 따른 세수 저변 확대 효과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기재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