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6개월 만에 한 자리에 모인 국내 첫 자연임신 오둥이가 25일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아빠(김준영), 엄마(사공혜란)와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새봄, 새별, 새힘, 새강, 새찬. 김성룡 기자
25일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만난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 쌍둥이의 엄마 사공혜란(30)씨는 "드디어 첫 가족사진을 찍게 됐다"며 기뻐했다. 첫째 새힘이가 약 24일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전날(24일) 퇴원하면서 다섯 쌍둥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 만이다.
사공씨·김준영(31)씨 부부는 지난해 9월 20일 다섯 쌍둥이 새힘·새찬·새강·새별·새봄이(남아 3명·여아 2명)를 품에 안았다. 자연임신으로 다섯 쌍둥이를 임신·출산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다섯 남매는 그러나 한데 모이지 못했다. 가장 작게 태어난 넷째 새별이가 6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고, 새별이가 퇴원할 무렵 새힘이가 요로감염·패혈증으로 입원했다.
이날에야 다섯 쌍둥이가 '완전체'로 뭉치게 됐다. 사공씨는 "지난해 출산 때만 해도 '3~4개월이면 다 모이겠지' 했는데 한 가족이 모이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기적이 현실로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기자가 방문한 다섯 쌍둥이의 집은 육아로 분주했다. 일곱 식구는 낮엔 거실에서 지내고 밤엔 퀸사이즈 침대 두 개를 이어 붙인 작은 방에서 함께 잠을 잔다. 사공씨는 "다섯 명 육아는 네 명 때와는 또 다르다"며 "젖병으로 수유를 두 번씩만 해도 젖병이 10개가 나온다. 갑자기 모든 게 소용돌이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생후 6개월 만에 한 자리에 모인 국내 첫 자연임신 오둥이가 25일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아빠(김준영), 엄마(사공혜란)와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새힘, 새찬, 새강, 새별, 새봄. 김성룡 기자
자식을 끝까지 지켰던 부모처럼 아이들도 힘겨운 치료를 이겨냈다. 27주차 만에 태어난 이들은 신생아 평균 체중에 한참 못 미쳤다. 새힘·새찬·새강이는 각각 체중 969g, 888g, 953g으로 태어났고, 넷째 새별이와 막내 새봄이는 736g, 731g이라는 작은 몸무게로 세상에 나왔다. 출생 직후 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사공씨는 당시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아이들을 살폈고, 모유를 전달했다.
다섯 쌍둥이는 퇴원 전까지 수차례의 수술·치료도 견뎠다. 모두가 눈 수술을 받았으며 둘째는 갑상샘 문제, 셋째는 세균 감염으로 추가 치료를 받았다. 넷째는 동맥관 개존증 수술에 이어 후두 연화증으로 가장 오랜 입원 생활을 했고, 막내는 장에 천공이 생겨 응급 수술을 받는 위태로운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의료진의 보살핌과 부모의 헌신 덕분에 다섯 쌍둥이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들은 퇴원 때 모두 3㎏을 넘었다.
아빠 김씨는 "이제까진 부모보다 병원이 아이들을 돌봐준 것"이라며 "모든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공씨는 "아이들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세상에 태어난 만큼 앞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섯 쌍둥이 주치의였던 윤영아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섯 아이가 무사히 퇴원해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도 세상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