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마다 구직활동 대면 증명해라"...'시럽급여' 막아질까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실업급여 관련 안내문.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실업급여 관련 안내문. 뉴스1

"앞선 직장에서 자진퇴사 했다면, 1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연장을 미리 하지 않겠다고 합의해두면 좋습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업급여 타는 법'이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댓글도 보이지만, '꿀팁' '고맙다' 는 댓글이 다수다. 이처럼 단기 계약직을 반복 입·퇴사하며 실업급여를 지속적으로 수급하는 '반복 수급자'가 많아지자 고용노동부가 단속에 나섰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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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실업인정 및 재취업지원 강화 방안' 개정 지침을 24일 카드뉴스로 공개하고, 오는 31일부터 일선 고용센터에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5년 동안 3회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는 보다 엄격한 대면 관리를 받게 된다. 실업급여 대상자가 되면 수급 기간 동안 여러 차수에 나눠서 실업급여를 받게 되는데, 각 차수마다 실업인정을 받아야 한다. 실업인정이란 입사지원서제출, 취업관련강의 수강, 면접 참여 등 실업상태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절차다. 이 때 담당자 명함이나 면접확인서 등 증빙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해서 반복수급자는 앞으로 매번 고용센터에 대면 출석해 실업인정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1·4회차에만 고용센터로 대면 출석하고 2·3회차에는 온라인 출석을 하면 됐다. 실업인정 주기도 1~3회차의 경우 4주에서 2주로 줄어든다. 즉, 반복수급자의 경우 2주에 한번 씩 대면으로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2차 때는 재취업활동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부의 이번 조치는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 현황은 2020년 11조8556억원에서 2024년 11조740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는데, 반복수급자에 대한 지급액은 2020년 4800억원에서 2024년 5804억원으로 늘었다. 반복수급자 숫자도 같은 기간 9만3000명에서 11만3000명으로 20%나 증가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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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조치는 이런 반복수급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엄격하게 관리해 막겠다는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현 실업급여 지급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하는 사람의 최저임금 보다 일하지 않아서 받는 실업급여가 더 많다는 점이다. 실업급여는 상한액은 하루 6만6000원으로,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규정되어 있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92만5760원인데, 최저임금을 받고 월 208시간 일했을 때 세금과 4대보험을 제하고 난 실수령 월급 187만4490원 보다 많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쉬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버는데 당연히 근로의욕을 꺾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을 안 해도 너무 쉽게 돈을 받을 수 있어 근로의욕을 떨어트린다는 의미로 '시럽급여'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반면, 상한액은 월 198만원으로 하한액과 6만원도 차이 나지 않는다. 윤 교수는 "하한액은 너무 높아 근로의욕을 꺾는다면 상한액은 너무 낮아 사실상 실직자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안전망 역할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과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이 고용보험을 12개월 이상 납입해야 실업급여를 받는 반면, 한국은 퇴직 전 18개월(단위기간) 동안 6개월만 일하면(고용보험 납입기간) 4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 아무리 오래 일해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최대 기간은 9개월에 불과하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제도가 장기근속보다 단기 근로에 유리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도 이런 지적에 공감해 작년 7월 반복수급자의 하한액을 최대 50% 깎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역전 현상이나 수급 기간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는 실업급여의 본질인 재취업을 도와 반복 수급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