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비는커녕 햇빛만…"제발 오후엔 비 쏟아지길"

2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이날 오후 비 소식이 예보됐지만 하늘은 비교적 맑은 상태였다. 김정석 기자

2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이날 오후 비 소식이 예보됐지만 하늘은 비교적 맑은 상태였다. 김정석 기자

“기다리는 비는 안 오고 햇빛만 쨍쨍이네.”

2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점곡면.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로 산림 피해가 난 이곳에서 밭일을 하던 김순애(61)씨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들었던 터라 오전에는 적어도 먹구름 정도는 몰려올 것으로 기대한 탓이다.

사방에 가득 찬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낀 김씨는 “산불이 너무 크게 번져서 사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이럴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야 할 텐데 하늘이 참 야속하다”고 말했다.  

야속한 하늘만 바라보는 주민들

안동산불 현장지휘소가 마련된 길안면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의용소방대원 황창희(58)씨도 야속한 하늘을 탓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시내가 산불 연기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시내가 산불 연기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황씨는 “지난 25일 의성에서 넘어온 산불을 끄기 위해 진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풍이 몰아쳐 내가 살고 있는 마을까지 불길이 번졌고 집이 모두 불탔다”며 “집과 차는 물론 아직 대출 서류 작업도 덜 끝난 2600만원짜리 농기계까지 모조리 타버렸다”고 했다.  


그는 “산불 피해가 심한 길안면·임하면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는데 불에 탄 과수원을 복구하려면 최소 5년이 걸린다”며 “빨리 산불이 진화돼야 후속 조치를 생각할 텐데 예보된 비까지 올 생각을 안 하니 갑갑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산불 피해 주민들이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산림당국의 예측은 비관적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의성군청 임시청사에 마련된 산림청 산불현장지휘소에서 브리핑을 통해 “낮 12시부터 오후 9시 사이 경북 지역에 5mm 미만의 적은 비가 예보돼 있다”면서도 “다만 비의 양이 많지 않아 산불 진화에 주는 영향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산림당국 “진화에 영향 적을 듯”

또 “오늘 오후 초속 5~10m의 바람이 예보돼 있으며 순간최대풍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예상되고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상승한다”며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적은 강수량에 돌풍까지 불면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비가 흩날릴 수도 있다.

더군다나 비가 그친 이후에는 다음 달 초까지 비 소식이 없어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상청 중기 예보를 보면 식목일인 다음 달 5일까지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예보 기간에 대기가 건조한 날이 많겠고 특히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다”고 했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영덕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산림당국은 비와 상관없이 진화 활동을 통해 이번 주 중까지 주불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79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진화인력 4960명, 진화장비 661대 등 진화자원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한편 앞서 22일 오전 11시 24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현재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자체로 광범위하게 번진 상태다. 경북도와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묘지 정리를 하던 성묘객의 실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불을 피해 대피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은 의성 1203명, 안동 3058명, 청송 8010명, 영양 1343명, 영덕 1389명, 울진 37명 등 총 1만549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