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구절벽이 불러온 교육의 역설…지방 교단은 비워진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 겪고 있는 ‘인구 절벽’의 그늘이 교육 현장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때 출산억제 정책의 상징이었던 ‘한자녀 정책’이 철폐된 지도 8년, 하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공부하고 있는 중국 초등학생. 서투왕

공부하고 있는 중국 초등학생. 서투왕

최근 중국 장시성 교육청이 발표한 ‘2025년도 교직원 모집 공고’는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올해 장시성 전역에서 선발 예정인 교사는 2146명. 불과 4년 전인 2021년엔 1만3344명을 뽑았던 데서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장시성 완녠현에선 230여 명의 교사가 교단을 떠나 행정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공급과 수요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장시성 내 사범계열 대학 입학생 수는 13만6683명으로 지난해(19만1277명)보다 줄긴 했지만 10만 명이 넘는다. 과거 ‘철밥통’이라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주목받아온 교사. 그 꿈을 좇아 몰려든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미취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교실에서 웃고 있는 중국 지방 초등학생들. 바이두 캡쳐

교실에서 웃고 있는 중국 지방 초등학생들. 바이두 캡쳐

 
교육 수요 감소는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하이·선전·항저우 등 대도시들도 학생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지방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사람 뺏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산율이 0.6%로 한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은 상하이는 파격적인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과거 미국 시민권보다 더 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하이 후커우(户口)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중등전문학교 졸업자도 상하이에서 3년 이상 4대 보험을 납부하면 후커우 발급 대상이 된다. 후커우를 얻으면 자녀는 별도 제한 없이 상하이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부모가 상하이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자녀만 상하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2024년 9월 발표된 상하이시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따르면 이제 비(非)후커우 학생도 상하이에서 대학입시(가오카오)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선전도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1년 이상 체류한 기록만 있으면 자녀는 현지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간 ‘후커우 장벽’에 가로막혀 있던 교육 기회가 점차 열리고 있다.

 
후커우 제도는 중국의 고질적인 사회 갈등의 뿌리 중 하나다. 태어난 지역의 호적에 따라 의료·교육·주거 등 각종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이 달라진다. 특히 교육의 경우 후커우가 없는 지역에선 공립학교 입학이 어려워 사립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입시 또한 후커우 소재지에서만 응시할 수 있어 타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 지역의 시험 난이도와 점수제도에 따라 입시 전략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부모가 대도시에서 일하고 자녀는 고향에서 조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이른바 ‘생이별 가족’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저출산으로 인한 역풍이 거세지면서 대도시가 먼저 교육제도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상하이와 선전이 물꼬를 튼 이상, 향후 후커우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는 중국 전역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물은 얕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대도시로 향하는 인구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텅 빈 지방의 교실과 인력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빈익빈 부익부’의 교육 불균형은 이제 중국 사회가 풀어야 할 다음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