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고 있는 중국 초등학생. 서투왕
문제는 공급과 수요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장시성 내 사범계열 대학 입학생 수는 13만6683명으로 지난해(19만1277명)보다 줄긴 했지만 10만 명이 넘는다. 과거 ‘철밥통’이라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주목받아온 교사. 그 꿈을 좇아 몰려든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미취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교실에서 웃고 있는 중국 지방 초등학생들. 바이두 캡쳐
교육 수요 감소는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하이·선전·항저우 등 대도시들도 학생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지방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사람 뺏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산율이 0.6%로 한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은 상하이는 파격적인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과거 미국 시민권보다 더 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하이 후커우(户口)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중등전문학교 졸업자도 상하이에서 3년 이상 4대 보험을 납부하면 후커우 발급 대상이 된다. 후커우를 얻으면 자녀는 별도 제한 없이 상하이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부모가 상하이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자녀만 상하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2024년 9월 발표된 상하이시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따르면 이제 비(非)후커우 학생도 상하이에서 대학입시(가오카오)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선전도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1년 이상 체류한 기록만 있으면 자녀는 현지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간 ‘후커우 장벽’에 가로막혀 있던 교육 기회가 점차 열리고 있다.
후커우 제도는 중국의 고질적인 사회 갈등의 뿌리 중 하나다. 태어난 지역의 호적에 따라 의료·교육·주거 등 각종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이 달라진다. 특히 교육의 경우 후커우가 없는 지역에선 공립학교 입학이 어려워 사립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입시 또한 후커우 소재지에서만 응시할 수 있어 타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 지역의 시험 난이도와 점수제도에 따라 입시 전략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부모가 대도시에서 일하고 자녀는 고향에서 조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이른바 ‘생이별 가족’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저출산으로 인한 역풍이 거세지면서 대도시가 먼저 교육제도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상하이와 선전이 물꼬를 튼 이상, 향후 후커우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는 중국 전역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물은 얕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대도시로 향하는 인구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텅 빈 지방의 교실과 인력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빈익빈 부익부’의 교육 불균형은 이제 중국 사회가 풀어야 할 다음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