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자동차와 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다음 달 2일부터(부품은 5월 3일 이전)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25%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관세 부과 품목(자동차·차부품·철강·알루미늄 등)이 한국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달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은 6838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가운데 자동차는 708억 달러, 자동차 부품은 226억 달러, 철강(333억 달러)·알루미늄(50억 달러)은 383억 달러로, 이들 품목에서만 1317억 달러(19.3%)어치를 수출했다.

김경진 기자
문제는 이들 품목의 대미(對美) 수출의존도가 높아 관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해왔다. 무관세의 이점으로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의 거의 절반(49.0%)을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도 지난해 미국에 82억 달러를 수출하며 전체(226억 달러)의 36.4%의 비중을 나타냈다.
자동차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가격은 관세율에 비례해 오르게 되고, 결국 완성차 업체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한국 생산이 줄면서 그 충격이 철강과 자동차 부품업체로 전이되는 구조다.

김경진 기자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약 20% 감소하면, 산술적으로 지난해 한국 총수출액에서 120억 달러(1.8%)가 줄어든다.
‘상호관세’라는 큰 산도 남아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큰 국가와 품목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무역흑자는 326억 달러에 달하는데, 최악의 경우 한국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21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과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는 위대한 회사”라고 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에 만족한 점을 비춰볼 때 무리해서 추가 관세까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관세를 부과한 뒤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도 긴 호흡으로 대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자동차 관세 부과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긴급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 장관은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자동차 산업 비상 대책을 4월 중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