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째 이어진 위안화 약세…트럼프‧중국 가격 공세 ‘수출 이중고’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장기화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싼 중국 상품의 수출 가격이 더 내려갔다.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까지 연일 고조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달러=7위안대’ 고정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27일 미국 달러당 위안화는 7.26위안에 거래됐다. 이달 초 열린 중국 양회 이후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환율이 소폭 하락(위안화 가격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여전히 위안화 가치는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초와 비교하면 14% 넘게 하락했다. 2022년 5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이후 위안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통상 달러당 7위안이 넘으면 위안화 가치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7이 깨진다는 뜻의 포치(破七)라는 용어가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것도 달러당 7위안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한 데는 강달러 영향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위안화 하락 폭은 유독 심하다. 유로 등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22년 1월 초 96.54에서 지난 26일 104.67로 8.4% 상승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달러당 위안화 하락 폭(14.2%)에 못 미친다.

중국 경기침체에 트럼프 리스크 겹쳐 

2022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 위안화 가격은 내리막을 걸었다. 내수를 비롯해 중국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던 부분이 위안화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최근엔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위안화를 절하할 수 있다는 리스크까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중국이 미국발 관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달러 대비 위안화를 5~10% 평가 절하하는 외환정책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수출에 악재…가격 경쟁력 떨어져 

위안화 약세 장기화는 국내 수출기업에 악조건으로 작용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기업 규모별 수출과 환율‧금리 간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국내 기업 수출과 유의미한 음의 관계가 나타났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위안화 가격 하락)하면 중국 제품의 수출 가격이 하락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출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위안화 변화가 한국 수출이 미치는 영향은 달러보다 크게 나타난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금액 변화를 추적한 결과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를 때 종사자 수 250명 미만의 소기업 수출은 증가했지만, 대기업 등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국내 수출기업에 주로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소는 “중국과 경쟁 관계에 놓인 수출품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향후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응해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커 한국 수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트럼프로 인해 커지는 무역 불확실성도 국내 수출 경기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국도 관세 사정권에서 안전하지 않은 만큼 수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위안화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선 부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