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내과의사 도치성(가운데, 강길우). 오점 없이 완벽하던 그의 삶에 20살 때 팔았던 정자로 태어난 소년 신영재(오른쪽, 이찬유)가 나타난다. 자신은 'A급 정자'라며 당신의 DNA에 '하자'가 있다는 영재의 논리에 철저히 반박하던 그는 영재를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사진 스튜디오에이드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이야기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정규과정 36기 출신 최재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삶의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내과 의사 도치성(강길우). 그의 앞에 17년 전 한 부부에게 팔았던,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소년 신영재(이찬유)가 등장한다. 처음엔 영재가 말하는 ‘하자’를 완벽하게 반박하는 치성이지만, 점차 영재에게 부채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다 영재를 키운 아빠 신동석(양흥주)까지 등장하며 셋의 혼란은 한계로 치닫는다.

영재의 법적 아버지 동석(왼쪽, 양흥주)과 생물학적 아버지 치성. 너무나도 다른 둘의 삶의 궤적 속, 영재라는 공통점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외면해 왔던 자신을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사진 스튜디오에이드
영재는 ‘1억’이란 뻔뻔한 요구와는 달리 덤덤하게 자신의 혼란을 토로하는 인물. 터무니없이 들먹이는 하자 중에서 영재가 말하고 싶은 진짜 하자는 따로 있다. 그 하자를 이겨내고 “달릴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하는 영재는 두 아버지를 오가며 각각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치성이 흔들리는 건 그 역시 아버지를 치부로 느끼는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재에게 복싱을 가르치며 “자신의 공간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한다. 반면 마음 한구석에 ‘영재의 진짜 아버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동석은 영재와 감정교류를 못하고 통제하려 든다.

영재는 유독 '달리는 행위'에 집착한다. 자신을 찾아 나가려는 하나의 길인 셈. 치성(가운데)은 영재의 '진짜' 하자를 발견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려 한다. 동석(왼쪽)은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영재를 아버지로서 품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영재는 두 아버지 모두 자신의 혼란을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사진 스튜디오에이드
영화의 제목은 소설『프랑켄슈타인』(1818)에서 따왔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아버지’란 의미다. 최 감독은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로, 자신이 만든 괴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이 아버지란 굴레에 갇혔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프랑켄슈타인』 소설의 첫 장 속,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존 밀턴의 시 ‘실낙원’(1667)의 인용구도 떠오른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독특한 삼각관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를 상기시킨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피가 섞인 아이와 6년간 키워온 아이 중 고민하는 아버지 료타(후쿠야마 마사히루·福山雅治)의 이야기.
두 작품의 차이는 선명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부성에 대해 고찰하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묻는 영화라면,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가족의 정의를 처음부터 짚으며 자신을 직면하는 이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동석(오른쪽)은 영재가 14살 때 자신이 남긴 '비밀서약서'를 보고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그런 동석에게 영재는 "망가지기 시작한 건 아빠"라고 답한다. 사진 스튜디오에이드
무거운 주제의식 속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귀에 꽂히는 음악은 영화의 매력을 배가한다. 러닝타임 96분을 넘어 더 큰 여운을 안긴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