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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도쿄 우에노공원의 한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촬영 중인 일본인들. AFP=연합뉴스
"비가 와도 자리 맡아드립니다!", "새벽 5시도 끄떡없어요!"
일본에서 이처럼 '벚꽃놀이 명당 맡기'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명당 선점은 신입사원의 몫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직장 내 갑질, 이른바 '파와하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파와하라 방지를 위한 지침을 발표하는 등 '괴롭힘 근절'에 나서자, 대신 명당을 맡아주겠다는 전문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 요즘 '벚꽃놀이 명당자리 맡기'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벤이라는 이름의 대행업체 남성 직원이 TV아사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TV아사히 화면 캡처

일본에서 요즘 성행하는 '벚꽃놀이 명당자리 맡기' 대행 서비스 업체의 홈페이지. 사진 핸디 원스톱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업체들은 앞다퉈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 대행업체는 홈페이지에 "인기 있는 장소를 99%의 확률로 확보한다"며 "비가 와도 대행 서비스는 문제 없다"고 홍보했다. 또 "소규모 인원부터 최대 100~150명까지 단체 꽃놀이가 가능한 장소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며 "대기업에서도 명당 맡기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대행료는 평균 3만엔(약 29만원) 정도다. 일각에선 "비싸다"고 보지만, 시간대·날씨·인원 등에 무관하게 반드시 장소를 확보할 수 있단 점에서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직항편이 막힌 러시아인들이 일본으로 벚꽃놀이 여행을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자 발급에 드는 시간은 길어야 3~4일, 항공편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고린 러시아 관광업연맹 부회장은 로이터에 "일본에서 벚꽃놀이를 하려는 러시아인들이 일본 여행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일본에서 휴가를 보내는 러시아인 수가 지난해 약 10만 명에서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