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이 31일 서울대 의과대학 건강사회개발원이 ‘지역의료의 미래: 혁신 사업 성과와 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디지털 기술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재정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고령층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31일 서울대 의과대학 건강사회개발원이 ‘지역의료의 미래: 혁신 사업 성과와 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건희 평창군의료원장은 “평창에서 중증·응급의료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1차 의료는 잘할 수 있다. 1차 의료를 지역에서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료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 의료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디지털 헬스, 재택 의료 등을 해야 하는데, 아직 민간에서 이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한 재정적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민간 1차 의료기관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평창군이 보건지소 및 진료소를 중심으로 실험적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 헬스 기반 건강관리 사업을 소개했다. 고혈압·당뇨 환자들에게 블루투스 혈압계·혈당계를 주고,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다학제 팀이 수치를 지켜보면서 약 처방량을 조절하거나 운동 및 영양 관련 교육을 보완하는 식이다.
박 원장은 “이런 관리를 통해 (환자들이) 혈압·당뇨 약을 줄이고 끊게 되면 병원과 응급실에 갈 일도 없어질 것”이라며 “1차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스마트 기술을 쓰고 있지만, 더 잘하려면 지자체가 돈이 더 있어야 한다. 교육재정 교부금과 같은 ‘지방의료교부금’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역시 의료 취약지인 남원시의 한용재 보건소장은 디지털 기술을 건강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이해하는 능력)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시는 거동 불편자, 독거 노인들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연결해주는 사업과 비대면 진료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경로당’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한 소장은 “아무리 디지털 헬스케어 내용이 좋더라도 이를 직접 이용하는 어르신이나 건강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 “정부와 의료계 등이 협력해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자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발표자들은 지역의료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필요한 거버넌스와 통합체계의 부재를 지적했다. 기조강연을 한 이경수 영남의대 경영전략부총장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지역 보건의료 거버넌스 체계에 무슨 계획이나 위원회가 많이 언급돼 있지만, 이 조직들이 어떻게 재원과 전문 인력을 확보할 것인가는 언급돼 있지 않다”며 “지금 시행하고 있는 책임의료기관 중심의 지역의료체계가 그 목적과 전략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는가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지역의료 혁신 과제’를 주제로 한 패널토의를 이끌었다. 토론에는 박은정 복지부 지역의료혁신과장, 고광필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 박건희 원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