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체코 신성, 조코비치 ATP투어 100회 우승 저지

19세 신예 멘시크(왼쪽)에게 축하를 건네는 조코비치. AP=연합뉴스

19세 신예 멘시크(왼쪽)에게 축하를 건네는 조코비치. AP=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38·세계랭킹 5위·세르비아)가 19세 신예에게 발목을 잡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100번째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조코비치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ATP 투어 마이애미오픈 남자 결승에서 2005년생 야쿠프 멘시크(19·54위·체코)에게 0-2(6-7〈4-7〉 6-7〈4-7〉)로 졌다. 이변이다. 1987년생 조코비치는 메이저 역대 최다인 24승을 기록 중인 남자 테니스 레전드다. ATP 투어 통산 99승을 기록 중인 조코비치는 이날 패배로 '100회 우승 파티'가 무산됐다. 조코비치는 이 부문에서 지미 코너스(109회·미국), 로저 페더러(103회·스위스·이상 은퇴)에 이은 3위다. 멘시크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4대 메이저(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아래 등급으로 1년에 9개 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 역대 마스터스 1000시리즈 역대 최다승, 최고령 4강·결승 진출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결승에 오른 조코비치의 상승세에 제동을 건 주인공은 만 19세의 신예 멘시크다. 조코비치가 마이애미오픈에서 2007년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멘시크는 두 돌도 되지 않았다. 10대답지 않은 침착함과 시속 220㎞에 달하는 서브로 자신보다 20살 가까이 많은 베테랑 조코비치를 압박했다. 서브에이스 14개를 기록했고, 매치포인트도 서브에이스로 쌓았다. 멘시크가 마스터스 1000시리즈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코비치와 멘시크는 사제의 인연도 있다. 멘시크는 16세에 조코비치의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훈련 캠프에 초청받아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다. 조코비치는 이때 멘시크의 잠재력을 알아봤다고 한다. 멘시크가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2023년 US오픈부터다. 예선을 거친 멘시크는 본선 3회전(32강)까지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17세에 불과했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멘시크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첫 우승을 이룬 기쁜 순간일 것이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멘시크가 더 잘했다"며 칭찬했다. 멘시크는 조코비치를 향해 "당신은 내가 어렸을 적 우상이었다. 당신 때문에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