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민도 인플레이션 걱정하는데, 트럼프는 "더 센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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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면서 인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면서 인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부르는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에서는 관세 반작용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더 센 관세’를 매기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상호관세와 관련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등은 ‘더티15(Dirty15)’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미무역 흑자 폭이 큰 주요국가를 상호관세의 타깃으로 겨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에 이어 이날도 모든 나라가 상호관세의 대상이 된다고 밝힌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정통한 참모 4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공격적인 관세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관세 아이디어를 최근 되살렸다고 덧붙였다. ‘상호관세’의 형태가 모든 국가에 동일한 고관세를 적용하는 ‘보편관세’가 될 것이란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저널(WSJ)도 이날“트럼프 팀은 보편 관세 부과로 기울었으며, 관세율도 트럼프의 언급과는 달리 20%”라고 전했다. 한 트럼프 정부 당국자는 이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계획이 무엇이든 관세 정책이 ‘크고 단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WSJ는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로 정부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비관세장벽까지 모두 고려해 국가별로 다른 관세율을 책정해 부과하는 식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호관세보다는 일률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한 뒤 국가별로 협상 여지를 두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지만,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높은 관세를 맞는 것보다는 상호관세에 따라 낮은 관세로 시작하는 것이 추후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미 CBS가 지난 27~2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5%가 트럼프가 관세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고,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64%로 월등하게 높았다. 관세로 인한 물가 영향과 관련해서는 77%는 '단기적 상승'을, 47%는 '장기적 상승'을 각각 전망했다. 

실제 미 상무부에 따르면 이달 근원PCE(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동월대비 2.8% 상승했다. 전월 수치(0.3%, 2.6%)보다 물가상승폭이 확대했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실질 소비자지출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예상치(0.3%)를 밑돌며 4년여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을 보였다. 미시간대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57.0으로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미국이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가장 크고, 저성장과 물가 상승의 조합으로 인해 향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보류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을 20%에서 35%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제 지표가 추락하고, 대내외적으로 반(反) 트럼프 정서가 확산할 경우 계속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선을 너무 확대하고 있는데 수습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관세를 통한 공포 마케팅이 처음에는 상대국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반복되기만 하고 공언한 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의도한 결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