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첫 인태 순방서도 드러난 중국, 중국, 중국…"주한미군 역할 변화 염두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최근 기밀 문건인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 대중 견제와 동맹국들의 기여 증대를 명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한국에 닥칠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에는 국방비 지출 증대 압박과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요구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지난 28~29일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결과를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관심사는 ‘중국, 중국, 중국’에 맞춰져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하와이·필리핀·일본 등에서 이뤄진 최소 세 차례의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산당(the Communist Chinese)”이란 표현을 빠짐없이 썼다. 중국을 지칭하는 공식 용어인 중화인민공화국(PRC) 보다 공세적인 용어를 통해 대중 억제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해 보도한 미 국방부 내부 문건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미 국방부는 문서에서 북한·러시아 등 “다른 전구에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는 2027년 이후 대만 해협에서의 미·중 간 충돌을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1기 때와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대만 유사 사태를 미·중 만이 아닌 지역 차원의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에 대만 위협에 대한 방어 역할을 부과하더라도 대북 억제력에 문제가 없도록 한국군이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국방수권법(NDAA)상 현재 2만 8500명으로 규정된 주한미군 병력 가운데 재래식 전력은 일부 축소하되 공군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질적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한·미는 미군의 F-35A를 1개 전투비행대대 규모(20대)로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대북 억제뿐 아니라 대중 견제를 겸한 조치란 해석을 불렀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국방 전략 하에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위주로 성격이 변화하는 대신 북한 위협에 대해선 한국에 주도적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상균 서울디지털대 교수(전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으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공개 거론하더라도 첨단·전략 무기의 배치 등 후속 조치가 핵심이기 때문에 숫자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도 “대만 유사시 중국이 한반도에서 위기 상황을 조성할 수 있어 주한미군의 지위는 단기간 변화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이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해석들이다.

구체적으로 한국군의 자체적인 대북 억제력 증강을 요구하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확대나 미 전략 자산 전개 등에 대한 별도 기여를 요구할 수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 관계를 비용적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가 동맹의 가치나 역할을 무시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 중요성을 조금씩 인정하는 소위 '트럼프식 동맹 관계 세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