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청ㆍ하동 산불 주불 진화'가 완료된 다음 날인 31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의 산불 피해 현장. 불길에 고무 대야가 녹고, 집 철제 구조물과 슬라브 지붕이 내려 앉았다. 안대훈 기자
“군 생활 빼고 80년 가까이 산 곳인데…”
중태마을 주민 정모(82)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철골 구조에 슬래브 지붕을 얹은 67㎡(20.3평) 면적의 단층 주택인 정씨 집은 불길에 철골은 휘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그는 “50년대엔 초가집, 새마을운동 하던 60년대엔 슬레이트집, 90년대엔 함석집, 2013년엔 20평 슬래브 집으로 바꿨지만, 집터는 그대로였다”면서 “32개월 군 생활 빼곤 평생 살았던 곳”이라며 착잡해 했다. 이어 “불탄 것을 빨리 군에서 치워줘야 거기에 텐트이든 컨테이너이든 설치하고, 논·밭에서 고사리가 나면 그걸로라도 먹고살지”라고 했다.

지난 2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해안 마을 일대가 산불 피해로 인해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노물리 해안 마을은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큰 불 껐지만…여전히 피난 중
이에 정부·지자체는 우선 임시 조립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집을 새로 짓는 비용 등도 지원한다. 현행법상 피해 주택 상태가 개축하거나 수리하지 않으면 다시 살 수 없는 ‘전파’ 또는 ‘반파’의 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가구당 2000만~3600만원(전파), 1000만~1800만원(반파)을 지원한다. 재해복구자금도 1.5% 이자로 최대 1억36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한다. 전파 기준, 이재민은 1억5000여만원~1억7000여만원을 융통할 수 있단 얘기다.

31일 오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동화나라에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모듈러 주택 설치가 한창이다. 뉴스1
“정부 지원 부족해…원래 집 짓는데 10억인데”
원래 191㎡(58평) 2층 규모의 전원주택에서 살던 최모(45·여)씨는 현재 23.1㎡(7평) 크기의 임시 조립주택 2동에서 거주 중이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최씨는 “기존 대출이 있는 데다 건축비가 올라 보상금으로 집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래 집(58평 규모)을 지으려면 10억이 든다. 언제까지 조립주택에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최양훈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난지원금·성금으로 다시 집 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포기한 분들이 꽤 있다”며 “이번 산불에 정부·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2023년 4월 강원 강릉시 산불 당시, 집이 전소된 피해 주민의 가족 모습. 중앙포토
“집 짓기 포기↑…지방소멸 가속화 우려”
이 지사는 지난 30일 ‘산불 피해 후속 조치 브리핑’에서 “피해 주민들이 많지 않은 지원금으로 집을 짓는 데 망설이고 있다”며 “2022년 울진 산불 피해 당시에도 80세 이상 주민들은 집을 안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불탄 집은 집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