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민간사업 가로채"...김포 '이음시티' 공영개발 변경 논란

김포 '이음시티' 도시개발사업 예정지.

김포 '이음시티' 도시개발사업 예정지.

경기도 김포에서 도시개발사업을 두고 공공의 민간사업 '가로채기' 논란이 벌어지면서 대규모 주택공급이 발목을 잡혔다.  

업계에 따르면 김포도시관리공사가 민간이 추진하던 감정4지구에 이어 최근 나진감정지구·장기감정지구를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포도시관리공사는 지난해 12월 ‘(가칭)김포 이음시티 도시개발사업 민간참여자 공모’를 공고했다. 이는 공사와 함께 개발사업을 진행할 민간개발컨소시엄을 모집하는 것이다. 민관 합동의 공영개발 사업방식이다. 공사는 올 4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사업협약 체결 및 출자 타당성 검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공사가 발표한 사업 대상지에 오랫동안 민간제안 사업으로 추진되던 장기감정지구(59만㎡)와 나진감정지구(57만㎡)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민간제안 사업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이들 2개 지역의 경우 도시개발법에 따라 주민 동의를 받아 각각 2022년 3월과 2월, 김포시에 주민제안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신청했다. 2023년 12월과 11월, 약 10개월에 걸쳐 34개 부서 중 33개 관련 기관 협의를 마치고 시의 수용 여부만 남겨놓은 상태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시가 갑자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존에 개발을 진행해 오던 토지주와 민간개발사는 "시와 공사의 사업 가로채기를 위한 공권력 남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나진감정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도시개발사업 공모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고 경기도에 행정심판도 제기했다. 기각이 아닌 인용이 결정되면 이 사업 공모의 적법 여부를 따지기 위한 본안 소송이 이어지기 때문에 4월 예정된 우선협상대상 사업자 선정 등을 포함해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감정지구 토지주는 “김포시와 김포도시관리공사는 감정4지구도 모자라 나진감정지구·장기감정지구사업까지 가로채기하고 있다”며 “민관사업 진행 속도가 일반 민간사업보다 훨씬 더딘데 공익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포시 의회에서도 이슈가 됐다. 2월 열린 김포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황성석 의원은 “공사가 추진하는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조성사업 17년, 풍무역세권 개발사업 10년, 감정4지구 8년 등 시간만 잡아먹고 사업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포시의회 유매희 위원장은 “김포시장 활동백서의 당초 공약사항에 나진감정지구를 민간개발로 해놓고 지금에 와서 공영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2022년 김포시장 선거공약으로 나진감정지구 등의 민간도시개발 사업 추진 지원을 약속했고, 시장 당선 후 인수위 업무추진 활동백서를 통해 임기 내 나진감정지구를 착수하는 것으로 기재·공표했다.  

그동안 김포도시관리공사의 공영개발사업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6곳이 추진 중이지만 준공 완료된 사례가 없다. 사업 기간이 평균 11년 이상 걸리고 수익성 악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부터 추진 중인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조성사업은 사업 추진 17년만인 올해 말에나 완공 예정이다.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도 2017년 사업 추진 이후 10년만인 2027년 준공 계획이지만 불확실하다. 지난 2017년 사업 추진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업계는 공영개발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2018년 김포도시관리공사가 민간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김포 사우북변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추진 4년여 만에 중단됐다. 1만9469㎡ 부지에 248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700여가구의 공동주택을 건립하려 했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210억원의 손실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 도시개발사업은 순항해 걸포3지구(한강메트로자이) 도시개발사업이 2020년 입주를 마치며 5년 만에 사업을 끝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순조롭게 추진해오던 민간개발을 불확실성이 짙은 공영개발로 전환해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